종교의 본연은 ‘성불제중’

‘오직 교화’ 김일상 원로교무 

취재. 장지해 편집장 

그의 일생 염원은 오직 ‘교화’다. 혹 후진이 자신의 묘비에 ‘오직 교화를 생각하며 교화하다 떠난 사람’이라고 새겨준다면, 그것이 최고의 예찬이 아닐까라고 생각할 정도.
<원불교전서> 외의 교화 매체가 귀하던 시절, 그는 ‘더 많은 이들을 소태산 대종사님의 깨달음에 다가서게 하고, 깊은 믿음이 일어나게 하고, 실천하게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원불교 이해의 첫걸음>(원기 66년, 1981)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이후 교화의 방편이자 도구가 될 수 있는 것이라면 글(책), 그림(만화), 소리(오디오) 등을 가리지 않고 관심을 이어왔는데…. 출판 관계기관에 근무한 적이 없음에도 저술한 책이 40여 권을 넘고, 추진한 출판물과 음향 및 영상물은 100여 개에 이른다. 그중 특히 <경강·설교자료집>이나 각종 설교집은 교화현장의 교무들에게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가 되었다.
“‘교화’는 곧 여러 생명체들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므로, 거기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김일상 원로교무. 퇴임을 했음에도 꾸준히 책을 발간하고, 자료를 정리하여 교화정보센터에 제공하는 이유도 모두 ‘교화’ 때문이다. 누군가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을, 그는 묵묵히 계속 한다.

● 퇴임하고 어떻게 지내시나요?
“<세전>에 나와 있는 휴양의 도, 열반의 도를 실천하는 것이 퇴임 후 할 일이라고 생각해서, 모든 것을 내려놓으려고 노력하며 지내요. 그리고 전무출신으로서 살아온 삶과 교화의 흔적과 동지 전무출신들의 삶을 정리해 후진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자료 정리하는 데 시간을 보내고 있지요.”
출가 생활 50여 년 간 축적해 온 자료들을 정리하여 행사, 설교, 강연 등교화 자료 공유에 주력하고 있는 김 원로교무. “내 능력이 출중해서가 아니라, 교단에 필요하고 세상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되는 일이라서 하는 것”이라며 웃는다.

● 최근 여러 원로교무의 자서전 작업도 하셨는데요. “우리가 관념적으로 ‘자서전’ 하면 ‘특별한 스토리를 가졌거나, 훌륭한 사람만 쓰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전무출신 한 사람 한 사람이 살아온 내용은 그 자체가 곧 교단의 역사죠. 퇴임한 전무출신들의 삶의 기록에는 당시의 문화, 시대의 흐름, 변화한 정책, 운영 계획 등이 담기고, 후에 교단 초창 모습을 알게 하는 소중한 자료가 돼요. 그래서 꼭 해야 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하고, ‘평범한 삶으로 교단의 교화 역사를 이뤄낸 여러 전무출신의 삶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요.”

● 일생을 오로지 ‘교화’만 생각해오셨습니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교화’를 하겠다고 방향을 잡았기 때문에 그 최초의 서원을 잃지 않으려고 했을 뿐이고, 또 알고 보면 교화와 연결이 안 되는 것이 없어요. 나는 ‘교화’를 ‘소태산 대종사님의 깨달음을 믿고, 알고, 실천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교화를 위해서라면 삼류 잡지, 일류 잡지, 종교 서적, 일반 서적 구분 없이 우리 교법에 적용시킬 수 있는 예화를 모으겠다는 생각으로 무조건 다양하게 읽었지요.”
출가 후 버리지 않고 모아 온 기록물에는 경강과 설교 자료는 물론이고 누구의 주례를 서고, 어떤 교화 자료(책, 영상물 등)를 만들었는지, 어떤 정책은 왜 생겨났고 어떻게 사라졌는지 등이 상세히 남아있다. 오로지 ‘교화’를 위한 삶이었으니 왜인지 늘 기쁘게 해왔을 것 같아 ‘어떻게 항상 기쁜 마음으로 할 수 있었느냐’고 물으니 ‘그 질문은 잘못됐다. 기쁘게 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김 원로교무. 의아한 표정을 짓자, “진짜 해야 하는 일이고 그것을 하려고 왔으니, 기왕이면 열심히 하자는 의지뿐이었다”는 말이 돌아온다. 기쁘다고 들뜨거나 안 된다고 좌절하지 않고 그저 담담하게 지내왔다는 그의 말이 이해되는 순간이다.

● 행정조직과 교화현장의 소통도 ‘교화’의 중요한 요소일 텐데요.
“원불교의 행정은 교화를 위한 ‘봉사행정’이어야 해요. 현장의 수준을 약간 웃돌면서 지속적이어야 하고, 일방적이거나 지시적이지 않아야 하지요. 인생이나 조직이나 합리적이어야 체계가 돼요. 정산 종사께서 말씀하셨잖아요. ‘합리는 될 일이고, 불합리는 안 될 일’이라고요. 결국 우리는 방법을 교전에서 찾아야 해요.”
그는 행사든, 정책연구든, 교화든, ‘해야 하는 이유’를 경전에서 찾기 위해 노력해왔다. 소태산 대종사의 정신에 접목해야 소태산 대종사의 흉내라도 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가르침은 가르침으로, 나는 나대로 살면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자기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고 강조한다.

● 법인절을 맞이하며, 법인정신을 어떻게 살려내야 할까요?

“원불교 교도라면 누구든 법인(法印)의 핵심이 ‘사무여한’이라고 말할 거예요. 사무여한, 즉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그 각오에는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창생을 위해서 죽겠다’는 마음이 있어요. 원불교가 가고자 하는 지향점이 여기에서 드러나지요. 중생을 위해 내 목숨까지도 내놓는 정신이 지금 사회에 너무 없어요. 대산 종사께서 ‘아무리 썩어가는 연못이어도 실 같은 샘물이 솟으면 맑혀 진다’고 하셨는데, 원불교 재가·출가 교도들이 사무여한의 정신으로 무장하면 그 역할을 할 수 있어요. 그런 희망과 비전을 보고 가야죠.”

● 종교의 역할에 대한 고민도 많습니다.
“커피를 만드는 사람은 커피를 잘 만들어야 가게가 발전하듯, 종교는 종교 본연의 역할을 잘 해야 해요. 종교 본연의 역할은 정해져 있어요. 소태산 대종사님의 표현으로 하면 ‘성불제중’이 그것이죠. 개개인들이 열심히 자신의 인격을 불보살로 만드는 것에 초점을 두면서, 많이 베풀어야 해요. 과거의 불교는 성불에 초점이 있어서 ‘성불도 못했는데 어떻게 제중을 하냐’라고 했다면,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부처가 못되었다고 해서 제중을 못한다고 보지 않으셨어요. ‘성불제중’, 즉 제중하면서 성불을 동시에 해나가게 했죠. 얼마나 매력적인 관점인가요.”

● 원불교가 사회와 대중에게 가까이 가기 위한 노력도 필요할 텐데요.
“한 종단의 가장 강력한 기운은 교조의 깨달음대로 법이 실현될 때 나와요. 아무리 많은 세월이 흘러도 교조의 창립정신이 희석되지 않는다면, 그 종단은 늘 새로운 모습으로 세상에 역할을 할 수 있어요. 교법 대로 살자는 정신이 매몰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야 하고, 매몰되고 있다면 공부를 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니 반성하고 다시 챙겨야 하지요.”
그는 그저 ‘죽을 때까지 할 수 있다면 해보자’는 생각 뿐, ‘이건 어렵고 저건 쉽고’를 생각해본 적은 없다고 했다.

● 후배들에게 보감 될 말씀을 해주세요.
“일원상의 진리(불생불멸과 인과보응)를 의심 없이 믿고 진정한 전무출신으로 살았으면 좋겠어요. 천신만고 함지사지를 당해도 괴로움에 처한 생령을 위해 이해불고하고 희생 봉사하는 자세 확립에 주력했으면 하는 거죠. 그래야 본인의 인생도 보람있고 세상도 좋아져요.”
진리관, 인생관, 교단관이 확실히 서야 어느 자리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고 강조하는 김 원로교무. ‘내가 이익을 보겠다’는 생각이 없어야 원망하지 않고 살 수 있다고도 말한다. 이에 최근 교단의 여러 상황과 관련, ‘잘 변해야 하는데, 잘 변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니, ‘될까?’는 남의 일로 보는 것이고 ‘되게끔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그. 다만 한 사람의 깨어남으로 뭔가를 이룰 수가 없는 시대이니, ‘내 생각만이 옳다’고 주장하지 않으면서 ‘공의’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 인상 깊게 남아있는 가르침을 한 가지 전해주세요.
“소태산 대종사님, 정산 종사님, 대산 종사님 모두 깨달음과 함께 ‘누구도 버리지 않는 심법’을 실제로 보여 주는 삶을 사셨어요. 교단의 규칙에 어그러진 이를 대중이 추방하기로 공사(公事)를 하자 소태산 대종사께서 ‘그는 나의 뜻이 아니다’라고 하신 그 심법이, 그냥 좋아요.”

● 행복 비결을 알려주세요.
“인과와 영생을 철저하게 믿어 깨달으면, 행복하지 말라고 해도 행복할 거예요. 결국 답은 경전에 다 나와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공부하지 않으면서 답만 원하지요. 경전의 내용을 풀면 인도상 요법이고, 인도상 요법이 가장 명료하게 밝혀져 있는 것은 <세전>이에요. 세전의 가장 마지막 구절인 ‘청정한 마음을 배양하고 활용하며, 상생의 마음을 배양하고 활용하며, 공변된 마음을 배양하고 활용하라’는 말씀대로 살면 행복할 수 있어요.”

● ‘도(道)’가 뭘까요? 

“도는 ‘삶의 바탕’이에요. 도를 잃으면 삶의 바탕을 잃게 되는 것이니 흔들릴 수밖에 없고, 그러면 온전한 삶을 살 수 없죠. 도는 진리이고, 불생불멸과 인과보응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