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RAVEN으로 찍은 
어둠 속 흩어지는 마음을 보는 수민의 이야기

영화 <흩어진 밤>은 메인카메라로 RED RAVEN을, 렌즈는 Samyang Xeen lenses set를 각기 사용했다. 대부분의 씬을 20mm나 24mm 렌즈를 운용해 촬영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촬영은 전부 핸드헬드로만 이뤄졌다.

■ 김진형 촬영감독

무더위와 벌레로 힘들었던 촬영
촬영은 촬영팀을 구하는 것부터 거의 모든 것들이 난관이었던 것 같다. 더위, 벌레 등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필자는 야외 촬영에서 벌레가 가장 힘들었다.

빛이 이쁘게 내려앉는 주인공의 집
영화 속 ‘수민의 집’ 로케이션 헌팅을 갔던 때가 기억이 난다. 감독들 중 한 사람의 집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 아마 오후 2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을 거다. 아파트 단지에 수풀이 꽤 우거져 있어 방에 반짝이는 그림자를 만들어주고 있었다. 빛이 정말 예쁘게 내려앉는 공간이었던 것 같다. 그 광경을 보고 이 영화를 정말 잘 찍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아마 그 공간을 담은 컷이 포스터에도 쓰인 것으로 안다. 시간을 정확히 잘 맞춰 찍었다. 운 좋게 촬영 날도 해가 떴다. 아이들 둘이 대화하는 씬을 그 빛과 함께 예쁘게 담아낼 수 있어 만족스러운 장면이 됐다.

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앵글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 카메라가 집요하게 아이를 따라갔으면 좋겠다고 감독들과 의견을 나눴다. 불안한 아이의 감정을 아이의 높이에서 아이가 바라볼 수 있는 시야를 가지고 촬영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떻게보면 노력했다기보단 필자의 작은 키가 조건에 잘 맞았다고 생각한다.

투입된 RED RAVEN 카메라
RED RAVEN 카메라는 저렴한 가격에 16bit RAW 촬영을 할 수 있는 분명한 장점이 있다. 하지만 센서가 작은 게 아쉬웠다. 적은 예산에 가용한 가장 최선의 수단을 사용했다고 생각한다. 후반작업도 직접 했다. 역시나 암부의 디테일이 좋아 편안하게 원하는 방향으로 작업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자연광을 이용한 조명
조명은 실내 씬에서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자연스러운 조명을 위해 특별히 표백된 광목천 및 원색의 광목천 등을 넓은 반사판에 부착해 사용했다. 장비 예산이 부족했기 때문에 기기를 사용한다기 보단 ‘주변의 Practical light들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이것들을 어떻게 자연스러운 컬러, 광질로 만들 것인가’를 많이 고민했던 것 같다.

필자의 촬영 신념
어떤 테이크에 촬영 테크닉이 조금 아쉽더라도 배우의 연기가 기적같이 빛나는 순간이 있다. 물론 감정과 이를 뒷받침하는 기술의 호흡이 들어맞도록 늘 긴장해야겠지만 한 발 물러서야 할 때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테이크는 그 반대일 경우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림이 없으면 감정이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관계의 상호작용이고 언제나 이야기 전체를 보고 ‘지금 이 순간 뭐가 가장 중요한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이런 마음가짐이 촬영을 할 때 많은 도움을 준다.

필자의 두 번째 장편영화
영화 <흩어진 밤>은 필자에게 촬영감독으로 참여한 두 번째 장편영화다. 영화는 영화학교에 진학했던 스무 살부터 계속해오고 있다. 연출, 촬영, 시나리오 등 쉬지 않고 영화를 만드는 중이다. 앞으로의 구체적인 촬영 계획은 당장 없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라도 영화를 계속하는 것이 필자의 바람이다.

마지막 인사
영화 <흩어진 밤>은 당시 영상원 전문사 휴학 기간 중 지인의 소개를 받아 감독을 만나 촬영하게 됐다. 이 작품은 아이의 눈에 비친,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영화를 보고 무엇보다 수민의 감정을 잘 느끼다가 가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한 영화니까 말이다. 이 영화를 봐주신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