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행, 사제관계
“학교 가기 싫어요!”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흔한 청소년의 투정 같지만 요즘은 학생과 선생님을 막론하고 공통적인 심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로지 대학만을 바라보고 책상 앞에만 앉아야 하는 현실과 그런 현실을 견디지 못하고 폭력과 따돌림으로 자신의 불만을 표출하는 청소년들, 그리고 그 속에서 시름을 겪고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안타까운 청소년들이 유행처럼 만연한 것이 대한민국 10대의 현실이다. 그러나 선생님들도 어두운 시기를 겪는 것에 있어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사교육에 찌든 학생들의 학교 수업에 대한 무관심과 강화된 학생 인권을 무기 삼아 선생님의 훈계에 폭력으로 대응하는,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행동에 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지 막막한 것이 대한민국 선생님들의 현주소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학생과 선생님 사이에서의 의사소통이 실종된 채, 각자의 고민만 악화되고 그 사이에서 불필요한 오해와 편견이 생긴다는 것이다. 학생은 선생님에 대해 꽉 막히고 답답한 어른으로, 선생님은 학생에 대해 처리가 곤란한 애물단지와 같은 존재로 인식하는 상황은 큰 우려를 제기하기에 충분하다. 과연 무엇이 꿈과 희망으로 가득 차 있어야 하는 교정에 어둠의 그림자가 만연하게 하였을까? 지금부터 그 실체를 파헤쳐보자.
<영화 굿윌헌팅>
보통 학생들은 선생님의 손길과 관심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어 하는 본능이 있다. 그러나 축구 경기에서의 심판처럼 때로는 적절한 시기에 학생들 사이에서 중재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데, 최근 학생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학교 폭력과 왕따 사건에서는 이런 역할이 실종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사건들에는 크게 두 가지의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첫째, 피해자보다 가해자가 보호 받는 현실, 둘째, 학생에 대한 선생님의 적절한 처방의 부재가 바로 그것이다. 보통 피해자 학생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부분은 ‘신고해도 해결되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학교 측에서는 가해자 학생들에게 며칠 정학 처분을 내리는 정도에 그치고, 나아가 가해자와 피해자가 같은 공간에서 접촉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줘 피해 학생들이 보복성 공격을 당하는 2차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피해자 학생들을 앞장서서 보호 해줘야 하는 선생님들은 가해자 측 부모의 강력한 반발과 해당 학교 이미지 실추를 막기 위해서 빠르게 묻으려고 하는 학교 측의 지시 때문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말하자면, 교내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대해서 가해자에게는 적절한 처벌을, 피해자에게는 유효한 보호 장치와 따뜻한 정신적 상담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와 같은 사건들이 확대·재생산 되는 것이다.
그러나 학생들은 선생님과 하루의 많은 시간을 접촉하며 생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이 학생들에 대해 지식의 전달이외에 꼭 필요한 인성 교육 혹은 상담 교육에 대해서는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못하는 것에는 어떤 원인이 있을까?
기본적으로 선생님에게 주어진 역할은 크게 6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교과 학습지도, 생활지도, 특활지도, 학급경영, 학교경영 연수, 교육행사 및 기타 지원 관리활동이 그것이다. 경제학자 아담 스미스가 효율적인 생산을 위한 분업을 주창한 이래 일반 기업체, 기관을 막론하고 분업은 일상화되어 왔다. 실무, 경영, 회계 등등 공통적으로 공유하는 목표는 같지만 실제 수행하는 역할은 제각각 다른 것이다.
그런데 학교에서만큼은 이러한 ‘분업’의 열매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선생님들이 매일같이 산처럼 쌓인 각종 공문서와 씨름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앞서 제기한 선생님의 역할 중 적어도 학교경영과 각종 교육행사에 대한 지원은 선생님의 주 업무인 교육 서비스 제공과는 거리가 있는 경영과 행정 업무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있어서는 역할 분담이 시급하다. 게다가 경력이 짧은 선생님일수록 주 업무 중에 하나인 수업에도 상당히 많은 시간이 할애가 된다. 하루에 3시간 연속된 강의가 빈번하게 있을 정도로 자신의 주 업무에 대한 부담도 상당하다. 말하자면, 이러한 선생님들에게 주어진 기본적인 업무량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에 평소에 학생들에 대한 심도 있는 의사소통과 전반적인 생활 지도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열악한 현실 속에서도 오로지 학생들을 위한 가르침을 주시는 선생님의 존재는 학생들에게 아주 큰 힘이 되고 있다. 그 분은 바로 창원 팔룡중에서 근무하고 계시는,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주관하는 ‘2010년 올해의 스승상’의 주인공이시기도한 박경윤 선생님이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영화 킹콩을 들다 실제 주인공>
1991년, 경남의 한 실업계 고등학교에서 처음으로 ‘미술 교사’라는 타이틀과 함께 교편을 잡은 박경윤 선생님은 특별한 꿈과 목표도 없이 매일매일 힘겹게 사는 아이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당장 학생들에게 지식을 가르치기보다 삶의 즐거움을 일깨워주는 것이 시급하다고 느낀 그는 학생들과 즐거운 소통을 하기 위해서 레크리에이션 자격증, 전문상담교사 자격증, 리더십지도자 자격증, 웃음치료사 1급 자격증과 같은 자격증 취득에 열을 올리게 된다. 이러한 노력은 지역 사회에 본보기가 되는 교육 리더십으로 각광을 받게 되었고, 그는 그렇게 팔룡중으로 발령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이곳에서 박경윤 선생님은 학교의 말썽쟁이 학생들을 마주하게 되었다. 이 학생들을 위해 그가 내린 처방은 총학생회 친구들과 일명 ‘일촌 관계’를 맺게 하는 것이었다. 총학생회 학생들은 이들의 공부를 도와줬고, 그 결과 말썽만 부리던 아이들은 총학생회 행사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게 됐다. 교통안전, 학교 폭력 추방, 금연 캠페인 같은 행사는 곧 이들의 주요 무대가 되었다. 또한 팔룡중의 등하굣길에 있는 초등학교 담장이 너무 더러워서 그곳에 벽화로 예쁘게 꾸며보자는 생각에 20명의 학생들과 작업했던 벽화 그리기는 학생들에게 “나는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과 협동심의 중요성을 고취시켜주었다. 학생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학교로부터 중요한 학생이라고 인정받는 소속감’이라고 말하는 박경윤 선생님. 그의 ‘유쾌한 교육’으로 팔룡중은 학생들이 쏟아내는 놀라운 작품들로 학교 자체가 갤러리로 변신하고 있는 사례는, 진정으로 학생을 위한 교육이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에 또 하나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박지성과 히딩크>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축구 스타 박지성이 히딩크 감독을 만나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아마 우리나라 축구 선수가 해외에서 눈부신 활약을 하는 장면은 상상 속에서나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좋은 선생님과 좋은 제자가 위대한 만남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꿈과 미래가 있는 학교의 모습, 그 출발점은 선생님과 학생의 상생(相生)이다.
청소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