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지마세요, 피부에 양보하세요.” 이 한 문장을 들으면 딱 떠오르는 화장품 브랜드가 있지 않은가? 혹은 “풀려라, 4800만! 풀려라, 피로!”는 어떤가. 위 두 문장처럼 광고에서 소비자들에게 제품에 대한 강렬한 인상을 남겨주는 한마디를 카피(copy)문구라고 한다. 그럼 이렇게 소비자들의 뇌리를 파고드는 동시에, 제품의 강점을 녹인 압축적인 한 문장을 만드는 일은 누가 하는 것일까? 바로 광고계의 언어술사, 카피라이터(copywriter)이다. 자, 그럼 지금부터 카피라이터 장승익씨가 이끄는 카피라이터의 매력에 빠져보도록 하자. 단 몇 글자로 소비자의 머릿속 깊숙이 파고드는 그들의 마법에 빠지고 나면 헤어 나오지 못 할 수도 있으니 조심하며 따라오도록!

 

A 반갑습니다. 저는 지금 크리에이티브 부띠크(creative boutique)인 'Whales'를 운영하며 광고를 기획하고, 카피 문구를 쓰는 일을 하고 있는 장승익이라고 합니다. 청소년 친구들과 만나는 기회가 생겨서 기쁩니다.

 

A 카피라이터는 쉽게 말하자면 광고에 나오는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보긴 어렵고, 상품을 어떻게 광고하면 소비자들에게 더 어필할 수 있을지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이자 동시에 그 아이디어를 메시지로 바꾸는 사람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A 학생들이 알만한 걸로는 지구 온난화 방지 공익 광고인 “밟지 말고, 밟으세요.” 라든지, 김병만씨가 나왔던 선거 광고 카피, 혹은 최근에 개그맨 김준현씨가 나와서 “고뤠???” 했던 고래밥 광고 정도가 있겠네요.
 

 

A 카피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에게서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우선 광고주가 어떻게 이 제품에 대해 광고했으면 좋겠다는 포괄적인 광고 기획을 합니다. 예를 들어 ‘고래밥’을 광고하면, 고래밥의 어떤 특성을 중점적으로 광고했으면 좋겠다는 마케팅 목표를 정해 와요. 그러면 의뢰를 받은 광고대행사에서 그 마케팅 목표에 맞게 구체적인 광고 계획을 세웁니다. 이렇게 구체화된 광고 계획을 가지고, PD, CD(Creative Director), GD(Graphic Designer), 카피라이터가 한 팀이 되어 실제 광고를 만드는 것입니다. 어떤 모델을 쓰면 좋을지, 어떤 메시지를 강조하면 좋을지 완성된 광고가 만들어질 때까지 아이디어 회의를 합니다. 그 회의 과정에서 메시지나 문구 부분을 카피라이터가 만든다고 보면 됩니다. 말하자면 회의에서 나온 모든 제품에 대한 강조점을 한 마디로 압축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겠네요.

 

A 하하, 가장 ‘창의적인 생각은 화장실 변기 위에서 나온다.’ 라는 속설이 있긴 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청소년들이 카피라이터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있는 부분인데요. 미국의 유명한 CD가 한 말 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From logic to magic!' 논리가 있어야 소비자의 뇌리를 파고드는 마법 같은 문장을 만들 수 있다는 말입니다. 실제로 마케터, 플래너, 디자이너들이 철저하게 소비자와 시장을 분석 한 후 세운 logic 위에서 카피를 세운다고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카피라이터는 글을 쓰는 게 아니고 메시지를 쓰는 사람입니다. 창의력이 중요하지만, 어디까지나 광고 계획에 기반한 creative여야 하는 것이죠.

 

A 음, ‘발로 쓰는 카피’ 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 카피라이터들이 카피문구를 실생활에서 뽑아낸다는 말인데요. 저의 에피소드는 아니지만 “빨래~~끝!!” 이라는 카피 많이 들어 봤죠? 이 카피를 쓴 카피라이터가 아무리 고민해도 카피가 나오지 않아 고민하던 와중에, 집에서 빨래를 마친 아내가 실제로 “빨래~~끝!!” 이라고 외치더랍니다. 그 말을 카피로 쓴 거죠. 아내의 한마디가 지금까지 소비자들에게 그 상품을 떠오르게 하는 카피가 되었으니, 아마 카피라이터들의 일상에는 아직 쓰이지 않은 카피문구가 많이 있을지도 모릅니다.(웃음)   

  

A 가장 정통적인 방법은 큰 광고대행사의 공채시험에 합격하여 들어가는 것입니다. 가장 안전하고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도 하죠. 혹은 KOBACO(광고 교육원)에서 교육을 받고 소개로 입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현직에도 많은 카피라이터가 활동하고 있는 것이 아니고, 매년 채 백 명도 되지 않는 인원을 뽑기 때문에 입문이 어려운 직업이긴 합니다. 

 

 

A 제가 생각할 때 중요한 건, 어떤 것을 색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경험을 가지는 것입니다. 제품을 분석할 때 자신만의 시각이 아닌 색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다면 소비자의 관점을 훌륭하게 이해하여 카피를 쓸 수 있게 될 테니까요. 성격은 배려심이 깊으면 좋겠습니다. 의외라고 생각 할 수도 있겠는데요. 이때 말하는 배려심이란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을 말합니다. 저는 남자이지만, 여성 속옷 브랜드를 광고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때, 제가 남자인 저의 입장에서 카피를 만든다면, 여성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없겠죠. 소비자에게 감정이입을 해보는 배려심이 없다면 훌륭한 카피를 써낼 수 없습니다. 물론 메시지를 써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문장력과 언어적 감각은 기본적으로 필요하겠죠.

 

A 한 단어로 말하면 'Insight‘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통찰력’ 인데요. 그 제품에 관한 소비자정보, 시장정보, 경쟁사 정보 등 여러 가지 종합적인 자료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 한 줄기를 딱 끄집어내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끄집어낸 그 특성을 딱 한 문장으로 눌러 압축하는 직관이 필요합니다.

 

A 카피라이터의 가장 큰 매력은 지루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오늘은 여성 속옷 카피를 쓰지만 내일은 망고 주스의 카피를 쓰고 있으니까요. 다양한 소비자의 입장이 되어볼 수 있기 때문에 늘 새롭고 신선합니다. 한 가지 더 들자면 보상체계가 확실하다는 점이 있습니다. 내가 쓴 카피가, 내가 만든 광고가 소비자들의 구매에 큰 영향을 끼치면 그만한 큰 보상을 받기 때문에 높은 급여를 받을 수도 있겠죠.(웃음) 

 

 

A 열 손가락 안에 드는 큰 광고 대행사들은 월급의 형태로 급여를 받습니다. 대신 경쟁PT에서 이겼거나 고액의 광고를 따왔을 경우, 인센티브를 많이 받죠. 저와 같이 creative boutique를 운영하는 경우는 광고 한 건의 카피 당으로 수입을 만들죠. 보통 광고 한 건당 1500만원에서 2000만원 사이입니다. 정확한 액수는 본인의 능력에 따라서 달라지겠죠?

 

A 단점이라면, 직업적인 특성이 늘 생각하고 분석해야하기 때문에 머리가 아플 때도 있습니다. 더군다나 소비자는 늘 새로움을 요구하기 때문에 일에 숙련되지가 않죠. 예를 들어 목수는 항상 나무를 깎으니 오늘보다 내일 더 편안하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나무를 다룰 수 있지만, 저희는 오늘은 나무를 깎지만 내일은 쇠를 깎아야 하기 때문에 늘 예측할 수 없고, 숙련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또한 늘 유행과 트렌드에 민감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직종보다 현직에서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이 짧기도 하답니다.  

 

A 글을 쓰는 카피라이터라고 해도 기본적으로 일은 CD, GD들과 같이 회의 형태로 하기 때문에 따로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있지 않습니다. 팀으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같은 팀원끼리 맞는 시간에 일을 하곤 하죠. 근무 환경은 자유롭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오고 싶을 때 오고, 가고 싶을 때 간다는 의미가 아니고, 정해진 업무만을 딱딱 처리하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거나, 카피 문구가 막힐 때는 잡지를 들춰보기도 하고, 인터넷 서핑을 하며 정보를 얻고 아이디어를 떠올리기도 하는 자유로운 분위기라는 말이죠. 

 

A 유행에 민감하고 감각적인 요즘 소비자들에 맞는 카피는 ‘낯선 것들의 결합’으로 만든 카피입니다. 금방 식상해지고, 익숙해지는 제품들을 소비자들이 새롭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쓴 카피 중에 ‘한국의 정을 세계로, 파이로드’ 라는 카피가 있습니다. ‘파이’라는 단어와 ‘로드’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를 결합하였는데요. ‘로드’는 마치 중국의 ‘실크로드’처럼 세계로 뻗어나가는 느낌이 들게 하면서, 초코파이의 ‘정’이 더해져서 세계로 뻗어나가는 초코파이의 이미지를 살릴 수 있어서 ‘낯설게 하기’ 가 좋은 카피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요.

 

A 이 말은 제가 저의 아들한테도 가끔 해주는 말입니다만, “겁내지 마라!”입니다. 요즘 청소년들은 말하는 거나, 행동은 당돌할 때가 있지만, 자신의 꿈을 위해 어떤 일에 도전하는 것에 있어서는 매우 소심한 것 같습니다. ‘내가 이런 대회나 공모전, 행사, 활동에 지원한다고 합격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하며, 행동하기를 망설이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겁내지 마세요. 일단 해보는 게 중요합니다. 떨어져도, 불합격해도 그 자체로 그것은 여러분들께 나름의 깨달음과 경험을 줄 것입니다. 그러니 꿈을 위한 모든 일에 있어서 “겁내지 마라!” 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소비자의 머릿속에 제품을 쏙 심고 달아나는 카피라이터의 마법에서 빠져나왔는가? 헤어 나오지 못했어도 괜찮다. 이참에 단 몇 자로 소비자를 유혹하는 카피라이터의 매력 속으로  흠뻑 빠져 차세대 카피라이터를 꿈꿔보는 것은 어떨까. 

 

 

 

취재 김현회 (gusghl86@nate.com)

사진 김평중(vudrnl@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