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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한가운데 위치한 고립무원의 섬나라인 아이슬란드는 표독스러울 정도로 고독한 풍경이다. 쉽게 마음을 열어주지 않을 것처럼 황량하고 시린 단단함 속에 감춰진 속살의 풍경은 가장 아픈 기억을 들쑤시듯 상처를 덧나게 하고 그리움에 사무치게 한다.
지구의 시작과 끝, 그 풍경 속에서는 존재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과 회의(懷疑)를 가져오고, 고백하게 한다. 기억이란 지나간 것을 정신에 남겨두는 것이며 아이슬란드는 수없이 만들어지는 시간이 기억이 되어 남겨지는 곳이다. 흔적을 지우듯 살아가지만 우리는 망각의 삶을 살아갈 뿐, 또 다른 기억을 채우고 다시 비우며 내게 주어진 시간을 소비한다.
기억의 무덤 속에 죽음처럼 누워있는 것은 또 다른 나이기도, 지나온 나이기도 하다. 기억의 풍경이란 내가 끊임없이 안고 가는 유의미한 기억 다발의 재구성으로 남겨지는 것이다. 사람에겐 각자의 기억이 만들어낸 풍경이 존재한다. 우리는 그것을 추억이라 부른다. 그리고 나는 추억을 더듬으며 한 장의 편지를 쓴다.
 
“절망의 무게에 깔려서 일어서기 힘겨울 때, 이것만은 기억해. 빛이 비치는 곳엔 그림자도 어김없이 존재하듯 그림자 옆엔 어김없이 빛도 존재한다는 것을. 절망의 그림자가 진하면 진할수록 그곳에는 강렬하고 눈부신 너의 희망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말이야. 어둠이 깊을수록 그 속의 빛은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고 아름답지. 모두가 잠든 시간, 칠흑 같은 밤의 어둠을 뚫고 춤을 추듯 너에게로 쏟아지는 황홀한 오로라처럼 행복은 예정된 알람처럼 원할 때 찾아오지 않아. 네가 가장 간절하게 바라거나 힘겨울 때를 기다리지.”
 
해 질 녘, 그곳의 풍경을 보기 위해 험한 길을 걷고 또 걷는다. 훌륭한 사진은 기회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노력에서 얻어지는 한 장의 결과이다. 막연한 기대감으로 찾아가는 것이 풍경 사진이고, 허탈한 결과를 안고 오는 것, 그 비일비재한 것이 풍경 사진이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후회도 잠시, 무거운 촬영 장비를 짊어지고 다시 그 길을 걷고 걸어 자리를 잡고 익숙한 기다림으로 눈앞의 풍경을 응시한다.
예측 불가능한 날씨와 변화는 풍경 사진에 있어 가장 큰 숙제이다. 그래서 풍경 사진에 있어서 기다림은 인내가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사진가의 습관이다. 쓸데없는 시간 낭비라고 핀잔을 주고 누구나 달려가면 만날 수 있는 흔한 풍경 사진일 뿐이라고 마치 아무런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얻은 쉬운 사진처럼 혹자는 말한다.
 
하지만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듯 언젠가 나에게 찾아올 그 한순간을 위해 거친 눈과 비를 헤치고 벽을 타고 산을 넘어가며 찾아가는 열정과 계절을 기억하고 밤과 낮의 시간을 계산하며 바람과 구름의 흐름을 잡고 태양의 힘을 가늠하며 묵묵히 기다리는 시간을 통해 비로소 허락된 기적 같은 경이로운 풍경의 황홀함을 자신의 손으로 담아내지 못한 사람은 알 수 없을 것이다. 내 스스로가 자연의 일부가 되는 그 감동의 순간을. 가슴 벅찬 선물을 받는 것과 같은 감동과 감사함을. 새가 되고 나무가 되고 산이 되고 바다가 되는 나 자신을 말이다. 그리고 언제나 촬영을 마칠 때면 기도한다.
“나의 삶이 쉬운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아닌 어떤 고난이든 이겨낼 수 있는 강한 사람이 될 수 있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