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난 사람들에게 우리를 자매라고 소개하면 전혀 닮지 않았다며 놀라곤 한다. 그러나 함께 시간을 보내고 나서는 생긴 건 달라도 말투나 풍기는 느낌이 닮았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전혀 다른 듯 닮아있고, 비슷한 듯 아주 다르다.
서울여대 유럽어문학과에 재학 중이던 나는 어릴 때부터 꿈꿔온 패션디자이너에 대한 동경으로 갑자기 유학을 결심했다. 샌프란시스코의 ‘Academy of Art University’에서 패션디자인을 전공했는데, 운 좋게도 졸업 작품으로 출품했던 컬렉션이 샌프란시스코 패션쇼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이후 LA의 미국 내셔널 패션회사에 취직하여 미국 패션 산업에 대해 많이 배우고 경험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셔널 브랜드라는 틀 안에서는 내가 꿈꾸던 디자인을 하기엔 제약이 따랐다.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과감히 퇴사를 하고 무작정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한국에서의 상표등록, 가격, 생산 공장 등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이 2013년, ‘NNA’라는 브랜드를 론칭했다.
동생은 샌프란시스코의 ‘San Fracisco Art Institute’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연히 내가 다니던 학교의 옷 만드는 클래스에 놀러 왔다가 텍스타일 전공에 매력을 느끼고 나와 같은 패션의 길로 들어섰다. 니트와 소재에 관심이 많았던 동생은 ‘Bridge of Weir’ 소재 대회에서 1등을 했고, 졸업 후 뉴욕 ‘Tracy Reese’라는 패션회사에서 인턴을 하면서 NNA에 적합한 니트 짜임의 꽈배기 프린트를 제안해왔다.
먼저 동생이 보내준 프린트 파일을 원단에 프린트하여 원피스 샘플을 만들었다. 신비로운 여성을 표현한 NNA의 니트 상품들과 부합해서인지 니트 카디건과 매치했을 때 신선한 룩이 연출되었고, 반응도 굉장히 좋았다. 그렇게 우리는 한국과 미국에서 수시로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NNA를 다져왔다. 컬렉션의 콘셉트를 정하고 함께 작업하는 전 과정이 즐거웠다.
그렇게 함께 일을 시작한 지 3개월쯤 되던 때였다. 당시 프랑스 ‘Who’ Next 전시회’ 준비 중이었는데,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의 단독 팝업 스토어 제의가 들어왔다. 둘 다 처음 접하는 일이라 혼자서는 부담이 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파리 전시회는 내가, 팝업 스토어는 동생이 담당하기로 했다. 처음 전시회를 가기 전에는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했다. 전시 3일 중 하루 이틀은 큰 성과가 없어서 마음을 졸였지만, 다행히 마지막 날에 쿠웨이트 바이어로부터 첫 오더가 들어와서 자랑스럽게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우리는 각각 프랑스와 한국에 있었지만, 서로 의지하며 맡은 바 임무를 다했고, 그만큼 신뢰와 소중함도 더 커졌다.
우리는 차분하게 일을 진행하는 편이다. 평소에 큰일이 생겨도 어떻게 보면 답답할 정도로 침착하게 사업을 하다 보니 당황스러운 일이 생기기도 한다. 나는 일이 쌓여 있어도 한 가지를 확실하고 완벽하게 끝내야 다른 일을 시작할 수 있는데, 동생은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 한 명은 완벽함을 추구하고, 다른 한 명은 융통성을 갖고 진행해서 상호보완이 되어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다. 그리고 나는 어떤 일을 해야겠다는 결단이 서면 바로 계획을 실행하고 추진하는데, 동생은 신중하게 여러 가지 면을 고려한다. 
NNA를 론칭한 계기도 나의 그런 성향에서 비롯됐다. 물론 나의 결단이 무모할 수도 있지만, 추진력이 없었다면 시작하기 너무 지체되거나 못했을 수도 있다. 때문에 이러한 무모한 추진력은 프로젝트나 계약을 진행할 때 오히려 장점이 되기도 한다. 물론 잠재적인 리스크는 동생이 꼼꼼하게 체크해서 보완해주고 있다. 이렇듯 비슷하면서도 다른 성격은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며 발전해나가는 요소가 된다.
NNA의 모토는 ‘ENJOY’이다. 즐거움과 여유를 갖고 패션과 삶을 함께 즐긴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열심히 일한 만큼 달콤한 여유와 휴식을 즐기자는 우리의 목표는 같다. 2015 FW의 경우 미국 애리조나로 함께 여행을 가서 청량한 하늘과 선인장들을 보고 영감을 받았다. 이렇게 일과 일상, 휴가의 경계를 넘나들며 즐거운 순간을 함께하며 일하는 것이 우리가 바라는 모습이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는 진지하고 심오한 패션보다는 입었을 때 나를 돋보이게 해주는, 좀 더 일상에서 찾을 수 있는 편한 옷을 만들고 있다. 주 타깃층은 30대지만, 40~50대까지 아우를 수 있는 고객층을 확보하여 나이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자매라고 하면 다투지 않느냐는 질문을 늘 받는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다툰 적이 거의 없어서 남보다 의견 조율이 쉽고 문제가 발생해도 맞춰나가는 과정이 순조롭다. 특히 디자인은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은데, 우리는 각자 전문분야가 달라서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있다.
어머니는 도자기공예를 전공하셔서 인테리어와 예술에 조예가 깊으시다. 그래서 가끔은 고객의 입장에서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신다. 아빠 쪽 형제 중 한 분은 故 황창배 교수님인데, 대통령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유명한 화가셨다. 어쩌면 우리도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서 예술을 즐기고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지 않을까. 감사히도 부모님은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1순위로 생각하셨고, 어릴 때부터 꿈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셨다.
이렇게 누구보다도 힘이 되는 가족이라는 영원한 동반자가 있어서 감사하다. 9월에 있을 파리와 뉴욕 전시회를 디자인하고 있는 지금, 우리는 NNA라는 삶의 같은 목표와 꿈을 품고 함께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