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꼭 옵니다

송인수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입시 경쟁과 사교육 문제로 고통받는 이 땅의 부모와 자녀를 위해 2008년 6월에 태어난 시민단체다. 교육 현실을 개탄하는 소리만 향방 없이 떠도는 가운데 공부 때문에 자살하는 아이들은 속수무책 늘어가지만, 우리 사회는 무책임하게 수수방관했다. 이런 시점에 송인수 대표는 부모세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자녀세대에 미룰 수 없다는 결단을 하고 ‘국민이 함께하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들의 행보를 따라서 누구에게나 가치 있고 행복한 세상을 그려본다.

더 나빠지지만 않으면 괜찮을까? 대한민국 청소년과 부모들이 처한 가혹한 현실 말이다. 우리 아이 잘되기만 바라는 부모 마음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돈을 버는 세상에 대한 질문이다.

지난해엔 한 대형입시학원의 “친구가 너의 공부를 대신해주지 않는다.”는 써늘한 광고가 논란이 되면서 ‘우정 파괴, 선행학습, 학벌의식 조장하는 학원 광고’를 규제하는 조례가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했으나 본회의에서 아직 계류 중이다. 어쨌거나 ‘바보가 아니면 초3이 중2 도형 척척척!’ ‘대비하고 계십니까? 바뀐 학교시험으로 아이에게 벌어질 청천벽력을’ ‘초등학교 4학년부터 시작해야 SKY 간다’ 등 조급증 유발하는 문구들이 학교시험, 입시제도 변화에 따라 재빨리 움직이며 부모와 학생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송인수 공동대표(50세)는 이보다 더 나빠지지 않는 수준이란 있을 수 없다며 ‘시민과 함께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공교육 걱정 없는 세상, 입시 고통 없는 세상, 학벌 차별 걱정 없는 좋은 일자리 얻는 세상’ 운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가능합니까?

고등학교 영어교사로 13년간 재직하면서 아이들이 겪는 고통을 안타깝게 바라보아야 했다. 어떻게 우리 교육 현실을 바꿀 수 있을까? 공교육 부실, 입시 경쟁 구조, 대학의 서열체제, 학벌 차별사회 등 환경과 제도, 사람들의 의식 속에 촘촘하게 얽혀 무섭게 번식하고 있는 이 거대한 부조리와 모순을 어떻게 해결할까? 정말 불가능해 보였다. 솔직히 2003년에 교직을 접고 ‘좋은교사운동’ 대표직을 수행하면서 교사의 사명감을 고취하고 교육정책 변화를 위해 전력했지만, 이 문제만큼은 나 자신도 포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2007년 5월 어느 날 교회에서 중, 고등부 아이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는데 내 안에서 예기치 못한 일이 생겼다. ‘비전’이라는 설교 제목이 중간고사에 치여 꾸벅꾸벅 조는 아이들 사이를 겉돌고 있어 참 마음이 불편했더랬다. 목사님이 “너희는 무엇 때문에 공부를 하니? 입시 문제가 해결되면 너희가 그렇게 힘들지 않을 텐데, 왜 해결되지 않을까?” 하는데, 목사님이 왜 저런 말씀을 꺼내나 싶어 눈을 부릅뜨고 주목했다. 이어 “입시경쟁 문제를 내 문제로 끌어안고 자기 인생을 하나님께 드린 사람이 단 한 명도 없기 때문이다.”라는 것이 아닌가! 순간 그 말씀이 내 마음에 비수처럼 꽂혔다. 나는 이 문제를 단지 사람이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만 생각하며 직면하기를 두려워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왜 나여야 하는가?’ 내가 끌어안아야할 운명인지 아닌지 증거가 필요했다. 하나님께 “교사 휴직제 법안을 통과시켜주면 내 사명으로 알고 기꺼이 뛰어들겠습니다.”라고 기도했지만, 쉽게 통과될 법안은 아니었다. 증거가 보이지 않아 다행이면서도 마음이 천근만근 무거웠다. 그런데 증거가 필요 없을 만큼 중요한 일이니 증거가 없어도 가겠다고 정리한 날 밤에 ‘국회에서 휴직제 법안 통과’라는 문자가 떴다. 그때의 충격과 기쁨이란 어떤 말로도 다 표현할 수 없다. 2008년 2월 1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으로 그해 최초 교사 휴직자가 생겼다. 그리고 6월 12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운동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었다.

우리 운동은 히브리 노예들이 400년 동안 이집트에서 노예생활 하다가 모세를 통해 이집트를 탈출하여 가나안으로 나아갔던 것처럼, 입시 지옥에서 노예처럼 살며 신음하는 우리 부모와 자녀를 구출하겠다는 하나님의 약속 위에 있다.

맹목적으로 시류를 따르기보다 ‘본질’에 눈떠야

부모는 아이가 언젠가 자기 곁을 떠났을 때, 이 살벌한 세상에서 밀려 짓밟히며 살까 봐 두렵다.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도 아니고, 복지안전망도 충분히 갖추어지지 않았는데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면 우리 아이가 남보다 더 좋은 직장에 들어가는 길밖에 없다고 확신한다. 그런데 그토록 부모들이 선망하는 대기업, 공기업, 금융업 쪽에서 뽑는 인원은 한해 2만 명에 불과하다. 이는 2009년 통계로 고등학교 졸업생이 약 60만 명인데, 이들 중 2명만 들어가고 나머지 58만 명은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더욱이 일반고 출신 아이들은 3, 4개 반 중 1명이 이런 직장을 차지하는 셈이니, 옆집에서 ‘이번에 우리 아들딸이 특목고 갔어요, 서울대학교 갔어요,’ 하고 아무리 작게 말해도 청천벽력으로 들릴 수밖에 없다. 불안감이 클수록 부모는 아이를 이 학원 저 학원 ‘뺑뺑이’를 돌려보지만, 미래는 불투명하다.

삼성경제연구소 류지성 선임연구원은 기업의 인재 채용방식이 ‘창의적이고, 자기 주도적 능력을 갖춘 인재를 뽑는 것’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기업이 제일 싫어하는 대상은 사교육에 찌들어 자기 주도적 능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사람들로는 회사가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현재 부모가 선호하는 직장이 20년 후 우리 아이에게 여전히 좋을는지 장담할 수 없다. 맹목적으로 시류를 따르기보다 삶의 ‘본질’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해야 할 때다. 좋은 직장에 대한 잘못된 기준과 환상을 버리고, 자녀가 적성에 따라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자리를 목표로 공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