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잡으려다 불안에 잡히다

미국의 상담 분야는 약물, 코칭, TV프로그램을 통해서 수억 달러에 이르는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심리상담의 상업화는 과연 보통의 행동과 감정 상태를 문제시하는 경향을 만든다. 과연 독신을 고집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데 무능한 것일까? 더 이상 잠자리를 같이 하지 않는 부부는 성적장애에 시달리는 것일까? 맞벌이를 하는 부모를 둔 유아는 분리 불안에 걸릴까? 출세 지향적인 사람은 자아도취에 빠진 사람일까? 상을 당한 경우 심리치료사가 필요할까? 이렇게 치료받아야 할 나쁜 ‘문제’의 목록이 길어지면, 조금만 잘못되어도 큰일 난 것 같은 위기감이 느껴져 스스로 해결하거나 시간이 상처를 치유해 줄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게 된다. p.63

많은 사람의 사고를 지배하는 자기계발에 대한 희망은 삶에서 느낄 수 있는 기쁨의 일부를 빼앗는다. 가능한 모든 것을 의도적으로 하려는 일로 명확함을 얻는 대신 혼란스러움과 고뇌가 많아지는 것처럼 원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자아를 정확하게 측정하고 통제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득보다 실이 더 클 것이다. p.260

심리산업은 학술적 방법의 도움을 받아 삶을 ‘계획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람들의 희망을 이용한다. 그러나 한 발 디딜 때마다 근본부터 모든 것을 계획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은 결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충분히 똑바로 의식하면서 살고 있나? 지금의 연인이 나와 정말 잘 어울리는 사람인가? 아이가 크는 데 제대로 뒷받침해 주고 있나?” 이런 모든 분야에서는 정확한 분석과 효과가 확인된 프로그램이 존재하지도 않는 확실함을 암시한다. p. 263-264

[심리학에 속지 마라 중에서]

이제 곧 전세 계약이 만료되는데, 집주인은 얼마를 올려달라고 할까? 출근 시간에 반갑게 인사했던 직장동료를 내일도 볼 수 있을까? 올해 입시전형에는 토익 점수가 필요했는데, 내년에는 또 무엇을 요구할까? 지금 사는 집, 매일 출근하는 직장, 겨우 만들어 놓은 토익 점수 등, 확실한 미래를 위해 일궈놓은 터가 순식간에 무너질 것 같은 불안이 엄습할 때, 잡힐 듯했던 행복은 저만치 도망간다.

우리는 자기 삶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다. 이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면 1분만 생각해 보자. 당신의 통장 잔고는 원하는 만큼 쌓여 있는가? 언제나 다이어트 중인 당신, 체지방은 예상한 만큼 줄어들었는가? 그것도 아니면 배우자와 자녀는 당신의 마음에 흡족한가?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뒤집히고 또 뒤집힌다. 그럴수록 우리는 확실한 것을 붙잡으려고 몸부림친다. 세상의 큰 흐름은 어쩔 수 없으니, 나의 영향력이 미칠 법한 범위를 정해놓고 자기 계발이라는 만능열쇠로 행복이 보장된 미래의 문을 열어보려고 고군분투한다.

치열하게 사는 것을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하지만 있지도 않은 것을 잡으려고 자기를 다그치다가 지금 누릴 수 있는 기쁨을 놓친다면 그것만큼 안타까운 것이 어디 있을까. ‘나는 행복해야 하고, 항상 좋은 기분을 느껴야 해’라고 생각하는 지나친 자기 사랑에서 걷잡을 수 없는 불안이 비롯되는 것은 아닌지……. 행복만을 느껴야 한다고 되뇌는 사람은 아무것도 느끼지 않으려는 사람과 가장 많이 닮아 있다. 만일 우리가 그러하다면, 불안의 안개에 휩싸여 현실은커녕 행복이 코앞에 와도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