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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종합

구분

교양/종합

정간물명

월간에세이

게재월

2014년 01월

제목

"영국속의 영국 코츠월즈(Cotswolds)"ㅡ 이 한 장의 사진 / 배지환, 스타일임팩트, 연우갤러리 대표이사

런던에서 열리는 ‘WPA(World Photography Award)’ 행사에 한국 사진작가로 초청되어 영국땅을 밟았다. 14시간을 견디고 도착한 영국. 그 지루한 비행시간 끝에 다다른 그곳의 첫인상은 저녁 8시가 넘었는데도 해가지지 않는 낯선 곳이었다. 무엇보다 사방을 둘러보면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영국의 독특한 건축물들은 다른 나라에서 봐왔던 느낌과는 사뭇 다른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출장기간 내에는 바쁜 일정으로 시간을 내기 힘들기 때문에 생각만큼 영국을 제대로 둘러볼 수 없었다. 때문에 나는 이동하는 시간을 활용해서 런던 시내를 카메라에 담을 수밖에 없었다. 대신 자유 시간으로 주어진 하루는 런던시내가 아닌 다른 특별한 곳에서 보내기로 다짐하고 영국 속의 영국으로 불리는 ‘코츠월즈(Cotswolds)’를 방문하기로 했다.
코츠월즈(Cotswolds)라는 단어의 뜻은 ‘양떼들의 언덕’이다. 나중에야 알았던 사실이지만, 그곳은 도시이름이 아닌 스트랫퍼드 어폰 에이번(Stratford Upon Avon)-바스(Bath)-옥스포드(Oxford)사이에 자리 잡은 완만한 구릉지역을 말하는 것이다. 이 구릉지역 안에는 약 200여개의 작은 마을들로 구성되어있었다.
이곳의 거리는 런던에서 약 100km 정도이며 자동차로 이동하여 걸리는 시간은 2시간 정도이다. 코츠월즈 내의 건축물들을 보면, 영국 도심에 있는 르네상스, 바로크, 고딕 건축물 등의 양식과는 비교가 될 정도로 색다른 형태였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아파트와 전원주택, 한옥 등의 차이라고나 할까.
이곳은 벌꿀색 돌로 이루어진 동화 같은 마을들과 완만하고 부드러운 풍경이 특징을 이루고 있다. 동쪽에는 템스 강 위로 아름다운 석회암 언덕들이 있는데, 그들이 말하는 이곳에서만 생산되는 석조들이란 석회암을 말하는 게 아닌가 싶다. 이러한 풍경은 스튜디오 인테리어 공사를 10년 넘게 해온 나로서는 굉장히 욕심나는 멋스러움이 아닐 수 없었다. 과연 한국에서도 그렇게 인테리어를 할 수 있을까 잠시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그 넓은 영국에서도 코츠월즈에서만 그런 건축물을 볼 수 있다니 금세 단념할 수밖에. 이곳은 개인적으로 코츠월즈 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기억되는 곳이었다.
느린 걸음으로도 30분 안에 돌아볼 수 있는 이곳은 슬로터(Slaughter)란 마을 이름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다. 마치 동화속의 주인공들이 지나다닐 것 같은 기분과 한가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건축물들은 여느 마을과 마찬가지로 벌꿀색을 지니면서 비슷한 느낌을 주고 있지만, 마을 곳곳마다 가득 채워진 꽃들과 나무들의 향, 그리고 자연그대로의 아름다움과 공존할 수 있도록 잘 꾸며놓은 정원들은 가던 길을 멈추게 만든다.
언제나 새로운 피사체는 사진작가에게 경이로움이며 설렘이다. 정해진 장소를 찾아가는 것 보다는 가끔은 목적지를 정하지 않은 채 훌쩍 떠나는 낯선 여행길에서 뜻밖의 풍경을 만나게 된다. 우연히 만난 풍경들과 그곳의 사람들은 나에게 있어서 또 하나의 경험과 이야기를 만들어준다. 그리고 가슴 가득 설렘을 안겨주며 기억의 숲을 울창하게 만든다.
사람과 풍경은 떼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따라서 그만큼 이 둘의 관계는 아름다워야 하며 그 아름다움을 카메라에 담아내는 작업 또한 보람되고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결국 여행은 이 모든 것들의 완벽한 조합, 아름다운 동행이기에 언제나 매력적으로 남아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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