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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종합

구분  교양/종합
정간물명   월간에세이
게재월   2013년 09월
제목  "오카방고 델타의 물결처럼~" - 이 한 장의 사진 / 박설화, 사진가






보츠와나는 서글펐다. 잠비아에서 막 도착한 그곳에선 힘들고 배가 고팠으며, 가진 예산으로는 합리적으로 머무를 수 없는 물가를 느꼈기 때문이다. 택시를 타고 머무를 숙소를 여기저기 알아보며 가까스로 자리를 잡았다.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웠던 느낌의 카메라를 동반해서 떠난 아프리카 여정에 보츠와나를 넣은 것은 단 하나의 이유, ‘오카방고 델타’ 때문이었다. ‘어떤 곳을 가봐야겠다’라는 동기유발은 다양하지만 보통 나로 하여금 쉬 그렇게 느끼도록 하는 것은 ‘사진’이다. 작가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이미지의 가능성이 실제보다는 큰, 사진의 특성을 감안하고라도 오카방고 델타를 다룬 다큐사진들은 충분히 마음을 흔들고도 남았기 때문이다.
오카방고 델타를 접근하기 위한 마을의 이름은 ‘마운.’ 그곳에서 맥이 빠졌다. 시기가 새해를 앞 둔 지라 모든 다운타운의 가게들과 상점들은 휴가기간에 돌입했던 것이다. 자연히 모든 투어 에이전시와 가게들은 셔터가 내려진 상태였다. ‘어쩐다…’ 숙소의 도움을 받아 몇 군데 전화를 해보기도 하고 발품을 팔아서 알아봤지만 얻은 것은 없었다. 그리고 결정을 내렸다. 숙소를 들어서는 데, 옆방에 묵고 있는 빅터가 아는 체를 한다. 보츠와나 각 도시의 경찰서를 시찰중이라는 빅터는 간부급으로 보이는 경찰관이었다. 그의 다음 목적지는 ‘프란시스 타운’이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연결하는 버스가 있는, 보츠와나의 수도 가보로네로 가는 길목에 해당하는 도시다. 프란시스 타운까지 가면 그곳에서 가보로네까지 가기는 좀 더 수월할 터였다.
“빅터, 프란스시 타운으로 간다고 했죠? 저 좀 태워주실 수 있어요? 거기서 가보로네로 넘어가게요. 아무래도 오카방고 델타는 포기해야할 것 같아요.” 빅터의 눈엔 알아볼 수 있을 만큼의 큰 안타까움이 서렸다. 특정이유로 자신의 나라를 찾아온 동양여자의 포기가 못내 안타까워, 그의 눈빛에 어린 것이다. 설령 그것이, 가진 예산으로는 새해 연휴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기가 벅차다는 합리적인 이유라 하더라도 말이다. 그는 자신이 떠나는 내일아침에 다시 한 번 같이 알아보자고 했다. 이미 모든 것을 알아봤다고 생각했지만 현지인의 안타까운 눈빛에 거절할 수가 없어서 그러마 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현지 경찰 두 명과 동양여자는 아무런 수확도 없이 숙소로 돌아오고 말았다. 아무것도 변한 것은 없었지만 그의 진심어린 시도가 내 마음에 일렁거리며 변화를 일으켰다. “저기, 빅터…, 오늘 너무 감사했어요. 전 좀 더 알아보고 싶어요. 아무래도 오늘 떠나면 아쉬울 것 같아서요.” 그는 진심으로 기뻐보였다. 그리고 잠시 후 떠나기 전, 악수를 청하는 그가 내 손엔 무언가를 건넸다. 우리 돈으로 이만 원이 넘는 하루 숙박료였다. 내 커진 눈의 반응을 본 그는 말했다. “아마 네 나라의 문화는 좀 다른가보구나. 자, 봐… 별 큰일도 아니야. 내가 나중에 한국에 가면 너도 똑같이 이럴 거야. 하루 더 있는 만큼의 숙박료니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 그리고 정말 잘 생각했어. 여기 우리 처남 전화번호니까 무슨 일이 있거든 이쪽으로 연락해. 말해놨으니 도움이 될 거야.”
진심은 늘 사람을 움직인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가 인식하지 못할 만큼 유기적으로 얽혀있으며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의 관심과 진심이 아무런 대책도 없이 좀 더 머물러보기로 마음을 먹도록 했으며, 기회가 닿아서 결국엔 오카방고 델타의 원시적인 아름다움을 엿보게 되었다. 뱃사공의 일상에서 나와 다르지 않은 일상을 발견했으며 나와는 다른 여유도 보았다. 보츠와나에 도착해서 느꼈던 암담함이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새해의 폭죽이 현란한 소리로 터지던 밤, 잠을 청하느라 뒤척이던 그 외로운 밤이 다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이 사진 한 장은 나에게 이렇게나 많은 것들을 얘기하는 데 말이다.





           [출처] 월간에세이 (2013-09)
           본 콘텐츠는 발행사에서 제공하였으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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