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회원가입 | 주문조회 | 이용학교/기관/기업 | 고객센터

학교 / 도서관 / 병원 / 미용실 / 카페 / 은행에서 많이보는 잡지


         스쿨매거진

 
전체   
교양/종합   
여성/리빙   
패션/뷰티   
시사/뉴스/정치   
경제/경영   
모바일/인터넷/IT   
문화/예술/공연   
미술/디자인/건축   
여행/취미/레저   
남성/스포츠   
독서/논술   
영어/어학   
과학/자연   
청소년   
아동/유아   
 
원클릭 연장
대량구독지원

교양/종합

구분  교양/종합
정간물명   월간에세이
게재월   2013년 09월
제목  "당신들의 아름다운 사랑으로~~" 만남 / 김재형, 테너




지난 15여 년 동안 나는 오페라공연을 위해 세계 유수의 극장에서 참으로 다양한 인종과 연령의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왔다. 처음에는 새로운 곳에서의 낯설음과 외로움, 이방인으로서의 설움으로 인해 이러한 만남들이 두려웠던 적이 있었다. 문화적 우월감으로 가득 차 있는 그들, 매끄럽지 않은 의사소통으로 인한 스트레스, 그리고 무대 위의 한국인을 바라보는 외모적 편견. 그러나 ‘좋은 오페라공연’이라는 하나의 매개체를 통한 이들과의 만남은 서로간의 음악적 존중으로 인해 점차 기분 좋은 소통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최고의 무대를 위해 최선을 다해주는 무대스텝들, 항상 최선을 다해 아름다운 앙상블을 만들어가는 동료 음악가들…, 이런 소중한 인연들은 종종 또 다른 기분 좋은 만남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때론 함께 작업했던 연출가와 지휘자들의 추천으로 더 좋은 무대에 설수 있는 기회가 덤으로 주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여러 새로운 만남들 속에서 나를 가장 설레고 긴장케 하는 만남은 바로 ‘관객들과의 만남’이다.
기술적으로 완벽하다는 위험한 교만에 젖어 있었을 때인 프랑스 파리에서의 오페라 <파우스트> 공연이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자신 있게 아리아를 뽐내고 관객의 열화와 같은 박수를 기다렸지만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관객의 반응은 그야말로 시큰둥 그 자체였다. 정말 쥐구멍이라도 찾아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 속에 공연을 마쳤고 무거워진 몸과 마음으로 극장주변을 배회하던 그때, 우연히 길을 지나다 마주친 관객 중 한 명이 나에게 운을 띄웠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을 받는 거예요.” 가뜩이나 우울한데 그 마음에 소금이라도 뿌리듯 그의 말이 따갑게 느껴져 얼굴을 찌푸리려는 순간, “당신의 아름다운 소리를 사랑하세요” 라는 다음 말에 뭔가 전율이 느껴졌다. 그리고 곧장 영국의 런던으로 향했으며 그 관객의 얘기를 거울삼아 공연한 오페라 <돈카를로>는 콧대 높기로 유명한 그곳 관객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으며 부담스러울 정도의 반응을 얻어냈다. 기분 좋게 출연자 입구를 나서는 순간 한 관객이 악수를 청하며 한 말에 머리가 쭈뼛 서버렸다. “당신의 아름다운 소리를 영원히 사랑해주세요.”
‘도대체 나한테 왜들 이러는 걸까? 아름다움? 소리? 사랑? 왜들 똑 같은 소리를 하는 거지?’ 나름 성공했던 공연 후에도 우울했던 공연 때와 비슷한 말을 들으니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됐고, 그 후 칠레의 산티아고로 향했다. 그곳에서의 <토스카> 공연은 그야말로 대성공이었으며 내가 그들이 사랑하는 가수 중 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계기가 됐을 만큼 만족했던 공연이었다. 공연 후 파티에서 만난 한 관객이 모든 궁금증의 해답을 건네주었다. “아름다운 소리와 음악을 갖고 있는 당신을 계속 아껴주세요.” 나의 아름다운 소리를 사랑하라는 뜻은 영웅적이거나 날카롭지 말라는 조언이었으며 그런 내 자신을 사랑하라는 뜻은 그런 내 자신을 끝까지 믿으라는 것, 그러면 관객들로부터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또 다른 수많은 관객들과의 소중한 만남에서 얻은 축하와 격려들 역시 나에게 큰 힘이 되었고, 때로는 질책이 되어 음악적으로나 인성적인 면에서 더욱 성숙하게 만들어주는 자극제가 되곤 했다. 무대 위에 선다는 것. 그것은 나의 작은 실수 하나로 공연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긴장감과 스트레스를 견디며 나의 최선을 관객과 나누는 것이다. 때로는 이러한 중압감이 너무나 버거워 압박에서 도망쳐 피해가고도 싶었고 편해지고도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또 무대가 설레고 기다려진다. 어쩌면 관객들이 주는 사랑은 내 인생을 이끌어주는, 나를 계속 무대 위에 서고 싶게끔 만드는 생생한 하나의 만남이기 때문이다. 바로 또 다른 무대에서의 새로운 관객들과의 만남 말이다.
한여름 로마의 공연 일정이 오늘 끝났다. 매일 40도를 오가는 날씨 속에 심신은 지쳐가고 정신적으로도 지쳐가고 있던 내게 오늘 로마에서 만난 관객들의 박수소리는 다시 한 번 지쳐 시들어가는 나를 벌떡 일으켜 세워 내 가슴이 아직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지금 이 순간, 나에게 힘의 원천이 되는 만남을 위해 힘차게 또 다른 곳으로 향하고 있다.


*서울대 음대 졸업. 프랑크푸르트 국립예술대학 석사과정 및 칼스루에 음악대학 최고연주자과정 졸업. 독일 뮌헨 ARD 국제음악콩쿨 성악부문 1위 없는 2위, 특별상(1998), 파리 플라시도 도밍고 국제성악콩쿨 특별상(2002),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2010) 등 수상. 現 세계무대에서 오페라 테너로 활동(연간 200회씩 총 1,000여 회 이상), 경희대 음대 교수로 재직 중.


사진. 김신영 기자
copyrightⓒ월간에세이





           [출처] 월간에세이 (2013-09)
           본 콘텐츠는 발행사에서 제공하였으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


[관련기사] 세계의 가족 - 나의 가족, 나의 보금자리 / 에밀 라우센, 작가 - 월간에세이 Essay (2018-10)
[관련기사] 아름다운 人터뷰-춤으로 짓는 무정형의 공간 / 현대무용가·크리에이터 김설진 - 월간에세이 Essay (2018-10)
[관련기사] 재미난 手作 - 자수, 천천히 흐르는 실 그림 / 김민아, 자수 작가 - 월간에세이 Essay (2018-10)
[관련기사] 사진, 그 상상의 공간 _ 어느 낯선 우체국 / 변종모, 사진작가 - 월간에세이 Essay (2018-10)
[관련기사] Leaders - 출판인의 길 / 강희일, 다산출판사 대표 - 월간에세이 Essay (2018-10)


  • �룄�꽌愿�1(library)
  • �룄�꽌愿�2(library)
  • ����븰(university)
  • 怨듦났湲곌��(Public Institution)
  • 怨듦린�뾽(Public Enterprise)
  • 湲덉쑖/蹂묒썝(Finance/Hospital)
  • 湲곗뾽(compa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