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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종합

구분  교양/종합
정간물명   월간에세이
게재월   2013년 09월
제목  "내 모든 사랑은" ㅡ 가족의 힘 / 김진근, 배우






1998년,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천국으로 떠나가신지 어느덧 십오 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 나는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우리 둘 사이에는 네 살 된 아들이 생겼다. 사랑하는 그 녀석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순간순간 아버지의 이미지가 스칠 때가 있다. 그 이미지들은 보통 내가 그리워하는 아버지의 멋진 미소, 어떤 눈빛… 등등이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아버지와 아들의 이미지가 교차하는 마법과 같은 순간이 다가왔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 내 머릿속에는 아버지의 기억들이 섬세하게 되살아나고, 나는 그 기억들을 토대로 다시 내 아들을 바라보고 있다. 아버지께 받은 그 큰 사랑을 내 아들에게도 잘 전해줘야지, 하는 바람으로.
그러면서 깨닫고 또 깨닫는다. 가족은 ‘사랑’이라는 것을. 우리는 복잡하면서도 단순한 이 진리를 잊고 살 때가 많다. 특히 이 세상 육십억 인구 중 유일한 사람인 나의 아내, 우리 아들의 멋진 엄마인 아내를 생각만큼 위해주지 못하고 지나갈 때가 있다.
내 아내 정애연 씨도 나와 같은 배우다. 십 년 전, 베스트극장 <인비디아>라는 드라마에서 만났고, 얼마 전에는 대학로 동숭아트센터에서 <아리랑 랩소디>라는 연극도 함께 올렸다. 같은 길을 걷는 데 있어 불편함보다는 편안함이 많고, 연기라는 공통된 주제 안에서 서로 통하는 바가 많다. 이는 나보다 한참 어린 아내가 내 말을 잘 믿고 따라주고 나보다 배려심이 많았기에 가능했다. 그래서 남자는 가끔씩 아이 같다는 소리를 듣는가 보다. 바로 나 같은 사람들 때문에 말이다.

부부가 함께 배우의 길을 가다 보면 서로 도움이 될 때도 많지만, 곤란한 상황에 처할 때도 있다. 배우는 일이 일정치가 않은 탓에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끊임없는 노력과 관리, 그리고 치밀한 계획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일이라는 기회가 나에게 다가와 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만큼 절실할 수 있는 일들이 우리 부부에게 겹겹이 들어온다면 너무도 좋은 일이지만, 서로의 스케줄이 엉켜 가족의 기본적인 삶이 흔들려서는 안 될 일이다. 나의 부모님도 모두 배우셨지만 아버지께서는 어머니가 결혼과 동시에 가정주부로 살아가기를 원하셨고 어머니도 그 뜻에 따르셨다. 그 희생으로 우리 육 남매가 모두 잘 자랄 수 있었지만, 어머니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무척 컸을 거라는 사실을 배우를 하며 더욱 느끼게 됐다.
나는 아내에게 물 흐르듯이 가자고 했다. 연기할 수 있을 때, 하고 싶을 때 편안하게 하자고. 하지만 모든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서는 사랑하는 아들이 우선이다. 이번처럼 함께 연극을 하며 어쩔 수 없이 수개월을 바쁘게 보내야 할 때는, 아들을 연습실과 극장에 데리고 다니며 엄마 아빠가 하는 일을 보여주곤 한다. 모든 시기가 중요한 아이에게 한시라도 소홀함을 비춰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서이다. 두 사람이 만나 부부가 되고 자식이 생기면서 한 가족을 이루고, 서로의 울타리가 되어주는 ‘가족’이라는 단어만큼 아름답고 숭고한 게 또 있을까.

앞으로 풍성한 가족이 되고 싶다. 하나님께서 더 많은 자식을 허락하시기를 바라고, 그 풍성함을 귀하게 여기고 보살펴서 더욱 사랑 가득한 가족이 되고, 또 그 사랑이 계속 이어지기를 마음 깊이 소망한다. 인생은 멀리서 바라보면 희극이지만, 그 안에 들어가서 보면 비극이라고 셰익스피어가 말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사랑하는 가족이 있기에 우리 모두의 인생은 희극과 비극을 넘어 살아가야 할 가치가 크고 아름다울 수 있다고 믿는다. 늘 힘이 되어주는 예쁜 나의 아내와 멋진 아들 녀석을 위해 오늘도 큰 웃음 짓는다. 그리고 멋진 배우로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간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가 아닐까.





           [출처] 월간에세이 (2013-09)
           본 콘텐츠는 발행사에서 제공하였으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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