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 이상영

 

화산이 연속해서 폭발하고 공룡들이 지구를 주름잡던 시대인 중생대 말 백악기, 지금부터 8천만~9천만 년 전, 지진과 화산 대폭발에 의해 태어난 화산섬 굴업도. 화산 폭발과 지진의 흔적과 함께 1억 년 가까운 억겁의 세월을 지나며 바닷물에 깎이고 깨지고 녹아 만들어진 비경의 해안지형은 세계 자연사 유적이다. 화산 폭발과 지진으로 갈라진 땅인 단층은 서해에서 제일 깊은 바다를 만들어 밀물 썰물과 어우러져 하루에도 널뛰기 하듯 변화무쌍한 기후에 독특한 방법으로 환경 적응한 수많은 남북방계 생명체들이 한곳에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물을 가득 품고 있는 백사장이 발달하여 선사시대부터 사람이 살아왔다. 자연과 생명체의 경이로움을 간직한 자연사 교과서인 서해 끝자락 망망대해에 위치한 아름다운 작은 섬 굴업도의 지리와 생태를 새로이 인식하는 장이 되길 기대한다.

 

△서해바다 평균 수심보다 두 배 넘게 깊은 굴업도 섬 주변 바다는 조류와 해류가 흐르는 바다 속 큰 강으로, 모래 운반 능력이 뛰어나 해안의 사빈과 사구 지형을 이루고 산 능선까지 풍성사구가 있다.

 

 

굴업도는 화산과 지진 활동으로 만들어진 섬으로 해안을 따라 분화구로 추정되는 반원 모양의 지형을 여러 곳에서 관찰할 수 있다. 굴업도의 지형은 분화구에서 분출된 화산재와 암석들이 쌓여 형성된 응회암으로 이뤄져 있다. 용암이 흘러 만들어진 현무암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흔적만 남아있고, 화산 폭발로 분출되어 쌓인 암괴가 주로 관찰되는데, 큰 것은 폭과 길이가 30미터를 넘는다. 한반도 주변 지역에서 가장 강한 지진과 화산이 뿜어나온 곳으로 보인다. 굴업도가 만들어지고 나서도 지속해서 화산 활동이 일어났다는 것은 섬 전체에 드러나 있는 여러 퇴적지형에 잘 나타나 있다. 선착장 해안 앞바다는 만조에 100미터 정도 되는 수직 절벽의 단층이 있어 이 지역이 화산 지진활동이 제일 강하게 일어났던 곳임을 짐작케 한다. 굴업도 앞바다가 서해에서 제일 깊은 바다를 가진 것도 이러한 지각 활동의 결과다.

 

△ 코끼리 바위는 침식으로 오목하게 파인 ‘타포니’이다. 다양한 타포니를 볼 수 있다. 굴업도는 동서해안의 지형이 물리, 화학적 침식 현상이 나타나 비경을 이루는 유일한 섬이다.

 

굴업도는 육지 쪽 해안과 먼 바다 쪽 해안 풍경이 다르다. 굴업도의 해안지형은 파도에 의한 침식인 ‘파식’과 바닷물 소금기에 의한 ‘풍화’, 바닷물이 밀어낸 모래가 퇴적된 ‘해빈’과 ‘사빈’ 그리고 해안의 모래언덕, ‘사구’까지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먼 바다 쪽 해안은 강한 파도에너지에 의해 암석이 부서진 형태인 파식 지형, 수직 절벽과 같은 해식애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육지 쪽 해안은 수심이 깊어 열용량이 커서 특히 밀물과 썰물이 드나들 때 수온과 기온의 차이로 안개가 많이 생기고 국지기후 특성으로 소금에 의한 염풍화가 강하게 발생하여 찰흙을 빚어 놓은 것 같은 모양인 원형의 ‘해식와’가 발달하고, 오목하게 파인 ‘타포니’가 다양하게 나타난다. 우리나라의 많은 섬 가운데서 굴업도는 물리, 화학적 침식 현상이 동서해안의 지형에서 서로 다르게 나타나 비경을 이루는 유일한 섬이다.
서해바다 평균 수심보다 두 배 넘게 깊은 굴업도 섬 주변 바다는 조류와 해류가 흐르는 바다 속 큰 강으로, 모래 운반 능력이 뛰어나 해안에 무한정 모래를 공급하여 해안의 사빈과 사구 지형 유지뿐 아니라 산 능선까지 풍성사구를 형성하고 있어 생태경관이 우수하고 생물다양성에 기여하고 있다.

 

 

‘모래밭에서 미꾸라지를 캐서 추어탕을 끓여먹는다’라는 주민의 생활처럼 여름철 한때 물이 고여 1년 가운데 절반 넘게 말라있는 목기미 해안사구습지의 모래 땅 속에는 미꾸라지를 비롯한 민물고기와 물방개 같은 물속 생물이 번식하며 살아가고 있다. 또한 해안 사주의 발달로 석호가 형성되어 짠물이 민물로 바뀌었다. 모래 퇴적으로 석호가 매립되자 고립된 바다 새우류가 민물과 육화에 적응하여 사구에 굴을 뚫고 살며 육지를 걸어 다니는 ‘도약옆새우류’도 만날 수 있다. 유난히 피부색이 검은 먹구렁이와 바위에 포복덩굴형태로 변신한 오가피나무류는 서늘하고 다습한 굴업도 해양기후 에너지의 효율 있는 이용법을 터득하여 환경 적응한 생물들이다. 굴업도는 그야말로 생물진화의 현장이다. 또한, 한반도 서쪽 끝에 위치하여 철새들이 한반도와 중국 대륙을 오갈 때 마지막 징검다리 휴식지인 중간 기착지로 활용해 황새 같은 세계 보호조류와 우리나라를 오고 가는 거의 모든 철새들을 관찰할 수 있는 조류의 전시장이기도 하다. 농약 같은 환경오염에 매우 취약한 다양한 식물과 곤충의 서식지이고 환경부 멸종위기 동식물Ⅱ급 왕은점표범나비, 애기뿔소똥구리, 솔붓꽃 같은 생물의 서식밀도가 매우 높은 섬으로 멸종위기종 생물들의 마지막 피난처이기도 하다.

 

△ 굴업도는 녹색 댐인 사구가 많아 물이 풍부하다. 목기미 해안사구습지 모래 땅 속에는 미꾸라지를 비롯한 민물고기와 물방개 같은 물속 생물이 번식하며 살아가고 있다.

 

나와 한국교원대 이민부 교수의 공동연구 논문발표로 알려진 굴업도 토끼섬의 해식지형은 자연사 가치가 뛰어나 2010년 문화재청에서 ‘옹진군 굴업도 해식지형’ 천연기념물지정 예고까지 행정절차를 마무리하였지만 지방자치단체와 이해 관계자의 반대로 행정절차가 중단된 상황이다. 굴업도는 국가문화재 ‘천연기념물’의 가치를 뛰어넘어 자연사 유적과 해양문화와 섬사람들의 삶이 배어 있는 인류문화사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 곳이다. 굴업도 해식지형의 천연기념물 지정뿐 아니라 섬 전체에 대한 자연생태 보전 방안을 마련하여 자연사와 인류문화사 체험학습장으로 지속발전 가능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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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영 님은 호랑이 울음소리 들렸다는 강원도 호명골에서 태어나 자연과 함께 뒹굴며 자랐다. 동식물을 공부하고 자연생태계 에너지 순환의 바탕인 <물-대기-토양-생물 관계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백두대간과 강, 해안도서지역의 열악한 생물환경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들의 현장에서 한 해의 절반을 지낸다. 요즘은 백두대간 고산습지와 낙동강 유역 습지 생태환경을 연구하며 대학에서 <기후학, 자연지리, 생물지리, 생태환경지리, 문화와 자연환경>을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