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형제가 없었던 나는 장난감을 가지고 혼자 노는 것을 좋아했었다.

장난감 총부터 로봇 장난감까지 두루 섭렵했는데, 유독 캐릭터 장난감을 많이 좋아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슈퍼히어로, 스타워즈, 미키마우스 등 내 유년기를 채워준 많은 캐릭터 장난감이 있었다.

 특히 6살 즈음 가지고 놀던 육백만 불의 사나이 액션 피겨는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낮잠을 주무시는 어머니 옆에 누워서 그 인형을 만지작거리던 행복감은 여전히 잊을 수 없다.

 이처럼 유년기를 지나 중학교 2학년 때, 남대문 수입상가에서 가필드 고무인형을 사면서 본격적인 장난감 수집이 시작되었다.

 당시에는 ‘수집가’라는 거창한 생각보다는 그냥 귀여워서 구입하게 되었고, 그 뒤로 디즈니 캐릭터와 슈퍼맨, 배트맨 등을 계속 모으게 되었다.

 

 한번 불붙은 장난감 수집의 열정은 대학생이 돼서도 쭉 이어졌고, 서른이 넘어서는 장난감 박물관을 만들기에 이른다. 취미를 직업으로 삼는다는 것을 주변 사람들은 내심 부러워했지만 박물관의 시작은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다.

 “장난감 박물관?

 장난감을 만들어 파는 데에요? 뽀로로도 팔아요?”

 

 그동안 내가 숱하게 들었던 말들이다.

 지금이야 키덜트(kidult), 혹은 어른들의 장난감 문화가 많이 정착되긴 했지만 10년 전까지만 해도 장난감 가게와 백화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난감을 돈 내고 보러 간다는 게 참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을 것이다.

 장난감 박물관에 대한 대부분의 반응은

 “거길 누가 가?”였으니까.

 그러나 나의 첫 박물관은 삼청동에서 7년간 누적 관객이 30만 명이나 될 만큼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다.

 색칠공부는 아이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어른들이 끄적대며 그림에 책을 칠하고 있는 모습과 같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우리가 커 가면서 동심을 애써 누르려고 하는 세상에 대한 반발일까? 나 역시 어릴 적 장난감을 하나둘 사서 모았던 이유가 잠시 행복했던 유년기의 기억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어서였고, 어지러운 세상에서 잠시나마 쉴 수 있는 유일한 도피처 혹은 유토피아가 아니었나 싶다.

 

  그렇게 시작했던 내 기억의 수집은 방 하나를 채우고, 다시 두 개를 채우고 결국 창고를 임대해야만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물건은 잃어버릴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 많은 장난감을 사진자료로도 남겨 놓았다.

 

 나에게 사진이란 기억이 사라지지 않게 단단히 자물쇠로 잠그는 일이었고, 창작의 시작이었다.

 넘쳐나는 장난감으로 2005년 삼청동에서 박물관을 시작한 후 2010년 예술의 전당에서 <더 토이쇼>라는 이름으로 기획전시를 했고, 현재는 정동에서도 박물관을 운영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 그러나 나에게 장난감 박물관은 단지 수집품을 많은 사람과 공유하는 것만이 유일한 목적은 아니다. 여러 가지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하나의 콘텐츠인 것이다.

 장난감의 ‘Toy’와 영화의 ‘Kino’를 합친 나의 박물관 이름과 같이 나는 그 안에서 영화를 읽고 문화를 읽는다. 꿈이 많은 나는 사진, 영화, 미술, 경영을 두루 공부하면서 장난감이란 콘텐츠로 저 많은 전공들을 모두 다 활용하는 중이다. 장난감 사진으로 작품 활동을, 나름 풍부한 영화지식으로 영화프로듀서와 평론을, 전시로 기획과 디자인을, 박물관으로 경영을 하고 있다. 때문에 나에게 수집이란 바로 모든 문화예술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최초로 장난감 박물관을 운영해온 10년 동안 나는 30년간 장난감을 모아온 것처럼 콘텐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이제는 제법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해진 장난감 전시이기에 한 발 더 나아가 장난감 그 이상의 것을 보여줄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그 첫 번째로 얼마 전 <더 토이북>이라는 책을 출간했고, 앞으로도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30년간의 수집의 결과물들을 보여주려고 한다.

 박물관이 말 그대로 전리품들만을 펼쳐놓는 곳이라면 그건 죽은 박물관일 것이다. 영화 <토이 스토리>의 장난감들처럼 살아 움직여야 여러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장난감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힘,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콘텐츠의 힘이 아니겠는가. 오늘도 나는 장난감이 생명력을 얻을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기 위해 열심히 달리고 있다. 그들의 40만 개의 눈들이 30년간 나를 응시하고 있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