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란 말이 주는 두 가지 강렬한 감정이 있다. 하나는 ‘설렘’이며 하나는 ‘두려움’이다. 돌이켜 보면 어린 시절에 겪었던 모든 것들이 ‘설렘’이었을 텐데, 어떤 TV프로그램의 제목처럼 ‘어쩌다 어른’이 된 지금, 그때 보다 힘도 세지고 아는 것도 많아졌는데 왜 ‘두려움’이 더 커지게 된 걸까?
잘 생각해 보면 세상엔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이 있고, 바꿀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물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느냐 뿐이다. 두려움을 갖게 된다면 할 수 있는 것들이 적어지고, 결과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것도 줄어들게 된다.

나는 대중음악 작곡가이고 다른 가수들에게 곡을 주는 일을 하고 있다. 가수의 콘셉트와 이미지에 맞는 곡을 쓰는 일은 매력적인 일이지만, 언젠가 나도 직접 만든 앨범을 내고 싶은 더 큰 꿈이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를 보니, 그저 현실에 타협해 버린 사람이 되어 있었고 그 꿈도 희미해져갔다.
무엇에 도전한다는 것도 ‘처음’이기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크다. 하지만 더 큰 꿈이 없이 이대로 산다는 것이야 말로 피부로 느껴지는 막막한 진짜 ‘두려움’이었다. “성공은 확실하지 않잖아”라는 말이 내 꿈을 가로막는다. 하지만 확실한 것이 있다. 인생은 단 한 번뿐이고, 꿈을 향해 나아갈 때가 행복하다는 사실 말이다.
이런 생각이 들었던 일 년 반쯤 전, 세 명으로 구성된 ‘프리미엄 프로젝트’라는 팀으로 음악활동을 하기로 했다. 처음 주변 사람들에게 알렸을 때 응원해 주는 사람들도 있었던 반면에  “음…, 음반 시장도 불황이고 매일같이 여러 음반이 쏟아져 나오는데 괜찮겠어?” 라며 걱정해주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때는 이런 생각이었다. ‘진짜 맛집이면 산에 있어도 찾아가잖아. 요즘처럼 인터넷으로 음악을 듣는 시대에 음악만 좋다면 언젠가는 알아주지 않을까?’ 라고 말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잘 안된다면 음악을 더 열심히 하라는 것이고, 결국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만 집중하자였다.
하지만 첫 싱글 앨범을 발매한 결과는 철저한 ‘무관심’이었다. 소속사도 없는 우리의 음악은 어떠한 홍보도 없이 달랑 음원 사이트에 조그맣게 올라왔으니, 하루에도 수십 장의 앨범이 발매되는 상황에서 경쟁력이 있을 리가 만무했다. 며칠간의 좌절이 있었지만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잘 생각해보니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결과였다.
예전 같으면 내 성격상 바보처럼 꼭 누구 탓을 했을 텐데, 언젠가부터 내 인생의 모든 결과는 전부 내 선택의 결과라고 생각했다. 누구의 탓을 하는 것은 순간의 위로는 되겠지만 결국 아무것도 바꾸어주지 않았다. 우리는 방법을 찾아야 했고, 사람들에게 우리를 알릴 방법이 필요했다.
요즘은 사람들의 생활이 스마트폰과 인터넷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대중에게 사랑받는 곡들을 편곡, 녹음, 촬영을 해서 커버곡으로 만든 뒤 SNS에 올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다른 사람이 부른다면 어떨까 하는 궁금증에 많은 이들이 보게 될 것이고 자연스럽게 우리들의 얼굴, 목소리, 연주를 들을 수 있으니 말이다.

1년 정도 이런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데 고맙게도 너무도 많은 분들이 시청하고 댓글도 남겨주셨다. 이젠 SNS 구독자도 15만 명이 넘었다. 결국 시작할 때의 두려움은 그저 내 안에 있던 허상일 뿐이었다. 지금까지의 활동은 앨범 활동을 위해 한 발짝을 내디딘 것이었고, 앞으로는 우리가 만든 노래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그들 입에서 불렸으면 좋겠다.
가끔은 남들이 만든 기준에 맞춰 세상을 살려고 하거나 남들 앞에서 행복한 척하지만, 아무도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나를 사랑하는 일이다. 내가 원하는 것을 알아차리고, ‘척’이 아닌 진짜 행복한 것 말이다. 내가 원하는 것이 곧 나의 꿈이니 원한다는 것은 내게 없는 것이라는 의미일 테니 처음의 길을 설렘으로 반갑게 맞이하고 걸어갈 용기가 필요하다. 용기 있는 자만이 꿈을 현실로 만드는 것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