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나는 사진작가가 되어 있었다. 단지 사진을 좋아했고 카메라를 들고 셔터를 누르는 게 좋았다. 찰칵거리는 셔터 소리가 좋았고, 소리 뒤에 담기는 사진이 좋았다. 담긴 사진을 만지작거리는 게 좋았고, 그것을 보고 미소 짓는 사람들이 좋았다. 사진을 통해 느껴진 사람들의 행복이 좋았고, 그 느낌에 사진기를 꺼내 드는 게 좋았다. 단지 좋았다. 그렇게 물 흐르듯 사진을 좋아하다가 사진작가가 되었다.
사진작가로서의 삶이 시작된 줄도 몰랐을 때 시간의 흐름은 어느 날 자연스레 내가 사진작가가 된 것을 증명해줬다. 끝내 스스로 ‘사진작가’라는 꼬리표를 담담히 받아들인 후 작가로서 새로운 도전을 찾기 시작했다. 그 이름표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단순한 행복의 미소 이상의 감정을 전하는 작가를 꿈꾸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여행을 떠났다. 세상을 뒤로하고, 세상에서 받은 것들을 내려놓고 그것이 다시 나를 찾지 않는다 해도, 실패한다 해도, 모든 걸 내려놓고 포기할 생각으로 떠났다. 내가 그동안 쌓아온 것들을 잃게 될 가능성 99%, 원하던 뭔가를 찾을 가능성 1%. 나는 그 1%에 희망을 걸었다. 희망이 있다고 믿었다. 어떻게 보면 나는 여행을 떠난 게 아니라 희망을 찾기를, 그리고 거기서 발견한 것들을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었다.
첫 번째 50일의 자연 여행이 끝나고 내가 찾은 건 희망이 아닌 자유였다. 사진작가로서의 자유를 찾게 된 것이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성공의 기준은 희망적이지 않다. 더 잘 사는 것, 더 높은 삶의 질을 갖는 것을 희망이라 생각한다. 나도 그랬으니까. 나 또한 그곳에서 희망을 찾으려 애를 썼다. 전에는 내가 가진 것보다 가지지 못한 부분을 메우려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나 홀로 50일의 자연 여행에서 찾은 지혜, 그리고 희망과 행복은 내가 갖지 못한 것이 아닌 내가 가진 것에서부터 시작되고 내게 주어진 것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고 속삭여줬다.
여행 후 느꼈던 감정과 자연 안에서 담은 사진을 하나의 짧은 이야기로 사람들과 공유했다. 그 이야기로 출판사의 러브콜을 받았고, 잡지사의 인터뷰 요청으로 이어졌으며 사진작가로서 나를 찾아주는 고객들도 늘어났다. “만약 무언가 잃는다면?” 대신 “비록 내가 잃는다 해도”라는 마음을 사진에 담았다. 세상이 원하는 성공이 아닌 내가 지닌 희망에 베팅한 것이다.
단 한 번도 내가 사진작가로서의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단지 사진이 좋았고 그것에 희망을 담았다. 그리고 나눴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나눌 것이다. 그리고 희망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