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자랄수록 공부를 위해 교육열 높은 지역으로 이사하는 집이 많다. 그런데 최 씨는 막내가 초등 2학년일 때, 서울에서 남양주로 이사를 했다. 자연과 가까운 곳에서 생활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저는 고등학생 때까지 강원도 시골에서 자랐어요. 자연 속에서 놀며 자란 기억이 살아가면서 저에게 정서적으로 힘이 됐지요. 아이들에게도 자연을 통해 정서적 안정감을 주고 인성계발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 녹지가 잘 가꾸어진 곳으로 이사했어요.”

그의 교육철학은 ‘머리만 키우는 교육이 아닌 가슴을 키우는 인성교육’이다. 경쟁이 과열된 곳에서 공부하면 인성교육에 부작용이 올 수 있다고 판단해 여유로운 환경에서 아이를 키우고자 한 것이다. 이미 첫째와 둘째를 학원 없이 성공적으로 키웠기에 과감히

이사를 결정할 수 있었다.

 

“교육특구가 아닌 지역에서 살았지만 교육 정보가 뒤처진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원하는 교재는 어디서든 구할 수 있고, 질 높은 강의는 인터넷으로 들을 수 있으니까요. 첫째와 둘째가 어릴 땐 시중 교재를 구입해 공부했고, 중・고등학생 땐 EBS 인터넷 강의를 활용했어요.” 

 

무엇보다 그와 아이들은 ‘공교육 지지자’다. 특히 내신과 수능 모두 1등급이던 첫째는 학원을 다니지 않는 대신 수업시간에 한 마디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집중했으며, 노트필기를 완벽하게 했다. 어렵거나 부족한 부분은 학교 선생님에게 물으며 해결했다. 입시를 위해 특별한 스펙을 쌓으려고 강남의 학원을 찾는 경우가 많지만, 최 씨의 아이들은 공교육의 학습 콘텐츠만으로 성과를 냈기 때문에 강남교육에 눈 돌릴 필요가 없었다.

 

최 씨는 환경보다 중요한 건 ‘스스로 공부하는 힘’이라고 강조한다. 최 씨의 아이들이 공교육만으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던 건 어릴 때부터 스스로 공부하는 힘을 갖춘 덕이다. 그 힘을 찾아주는 것은 엄마의 역할이다.

 

“아이는 초등학생 때까지는 왜 공부해야 하는지 잘 모릅니다. 하지만 공부를 잘하면 엄마가 좋아한다는 건 알죠. 따라서 엄마를 좋아하는 아이로 만들면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로 자랍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공부를 시작하지만 자라면서 꿈을 정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한 방법을 찾습니다. 그때 엄마가 빠지면 되는 거예요. 그전까지 기초를 닦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엄마의 역할입니다.”

그는 아이들과의 애착형성에 많은 공을 들였다. 아이가 학교에서 있던 일을 이야기하면 귀를 기울이며 맞장구쳐 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런 교육법은 셋째까지 20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

“예전보다 많이 바빠진 탓에 막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지 않아요. 대신 짧은 시간을 알차게 사용하죠. 아이가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해서 우리 둘만의 합창단을 만들었어요. 함께 기타 치며 노래 부르는데, 이렇게 애착을 형성하면 잔소리 안 해도 아이가 제 할 일을 알아서 해요.”

 

주변에 휘둘리지 않는 소신 필요
그는 사교육을 무조건 반대하는 건 아니다. ‘공교육을 위한 사교육’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교육의 본질은 모든 아이가 잘하도록 이끄는 겁니다. 공교육을 못 따라가면 사교육을 해서라도 보충해야죠. 하지만 미취학 때 다양한 자극으로 지능계발에 힘쓰고, 취학 후 학습 습관을 잡아서 그런 상황을 미연에 방지해야죠. 잘하는 아이는 재량껏 사교육을

시키면 되고요. 하지만 이런 아이도 굳이 강남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첫째는 학창시절 최상위권이었지만 더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욕심 부리기보다 경험삼아 심화학습을 했어요.”

그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관통하는 한 가지 사실이 있다. 성적에 욕심내고 달려가는 엄마가 아닌, 공부를 즐기는 아이로 키우겠다는 소신이 보인다. 그는 소신 있는 엄마와 공부하는 힘을 가진 아이, 이둘이 만나면 강남 교육이든 어떤 환경이든 흔들리지 않고 우등생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변문경 씨는 초등 6학년 딸과 7살 아들딸 쌍둥이를 키우고 있다. 지금은 주변에서 아이 교육을 위해 강남에 입성하겠다고 하면 말리지만, 예전엔 경제력이 허락하는 한 다양한 사교육을 시키던 보통 엄마, 아니 극성 엄마였다.

 

첫아이가 4살 때부터 다양한 창의력 수업과 사고력 수업으로 아이 일상을 꽉꽉 채운 것.

아이 또한 엄마가 학원 체험을 데리고 가면 늘 흥미와 해보겠다는 의욕이 상당했기에 학원수를 계속 늘려갔다. 영어유치원까지 잘 따라오던 아이는 학교에 들어가면서 힘들어하기 시작했다.

“초등 1학년 때 저녁 7시까지 사교육이 세팅되어 수영, 악기, 영어과외 등을 다양하게 배웠는데 어느 날 갑자기 배가 아프다고 스트레스 증상을 보이더라고요. 일단 학원을 그만두고 지켜봤어요. 아이가 다시 시작하고 싶어 하지 않아 초등 3학년까지 계속 쉬었고, 한동안 미술 수업 한 가지 외에는 사교육을 일절 하지 않았죠.”

 

재미있게도, 아이는 학원을 그만두니 흥미와 적성을 보이기 시작했다. 먼저 다양한 교양다큐 프로그램에 관심을 보였다.

 

KBS의 건강다큐 <생로병사의 비밀> 전편을 보고 그중 몇 편은 외우다시피하더니 <비타민>, <위기탈출넘버원> 등의 프로그램을 섭렵했다. 프로그램과 관련한 과학책을 찾아보고 관심을 보이더니 이를 발전시켜 과학다큐멘터리 PD가 되겠다는 꿈을 키워 가고 있다. 

 

엄마 또한 문제집 풀이 등으로 아이의 일상을 채우지 않고 지켜보는 중이다.

 

“문제집 푸는 건 지식을 확인하는 일이잖아요. 그런 시간에 생각하는 그릇을 키우길 원했어요. 그래서 아이의 시간을 책 읽고 개인 체험 학습하는 데 거의 사용해요.”

 

과목별 학원 수업으로 아이의 일상을 채우지 않는 것은 그것이 아이를 그저 평균적으로 만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는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자’라는 변 씨의 교육관에 어긋난다.

 

“아이의 재능을 깎아내리는 건 다름 아닌 엄마예요. 예를 들어, 영어를 잘하는 아이가 있어요. 이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수학을 잘 못하면 영어 수업을 줄이고 수학을 늘립니다. 그러면 아이는 하기 싫은 수학 때문에 그 시점부터 수동적으로 학원을 다니게 돼요.

시간이 지나면 잘하던 영어도 공부 시간을 줄였으니 예전만 못할 거예요. 거기에서 아차 싶어 영어 수업시간을 더 늘리죠.

 

수학 수업은 그대로 둔 채로요. 결국 아이에게 지식을 주입하는 시간만 늘어나고 생각하는 능력은 늘지 않아요.

 

진로를 결정하려는 고학년쯤 되면 학원만 열심히 따라다니는 어중간한 아이가 되어 있을 겁니다. 아이가 잘하는 것을 보험처럼 살려줘야 해요. 강남 입성을 반대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에요. 내 아이를 바라보기보다 경쟁하는 다른 아이들을 잣대로 이것저것 학원 수업을 끼워 넣게 되기 십상이거든요.”

 

변 씨는 학원 교육 자체는 반대하지 않는다. 첫째 딸도 간헐적으로 수학학원을 다닌다. 하지만 부모가 먼저 학원을 ‘넣어준’ 것이 아니고, 초등 4학년 때 스스로 실력을 키워야겠다고 생각한 아이가 학원 정보를 직접 알아본 후 결정했다. 그러나 학기 중에는 다니지 않고 방학 중에 보충과 다음 학기 예습 등을 집중적으로 하는 등 학원 교육에 매몰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다. 이런 여유는 예술영재학교로 진학한다는 목표를 명확히 하고, 그 안에서 ‘수학은 내신 관리용으로 따라가는 수준 정도로만 공부할 것’이라는 세부적인 목표를 세운 데서 비롯한다. 요즘은 남다른 특기적성이 있으면 내신을 거슬러 합격 기회를 주는 학교가 많기 때문이다.

 

대신 다큐 PD라는 아이의 꿈을 위해 표현력을 키우는 연기수업을 받게 하는 등 평균적인 교과학습 외에 아이의 특기를 세우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잘하는 적성 중심으로 학원을 가지치기하고, 꿈을 위해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데 힘쓰는 것. 덕분에 아이는 초등 6학년인 지금 꿈을 확고히 하고 국제창의력대회에 다녀오는 등 꿈과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관심 주제를 정하고 관련 논문을 쓰는 연구를 깊이 있게 진행하는 중이다.

 

변 씨는 학원 수업을 모두 거부하지는 않지만, 무조건 강남에 입성해 다양한 시스템의 효과를 얻겠다는 생각은 위험하다고 여긴다. 아이의 재능에 관심 없이 남들 따라가는 교육만 한다면 어떤 학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

 

“강남 교육의 성공 케이스가 부풀려졌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죠. 대치동에 가면 실패한다는 말은 아니지만, 일단 경쟁이 심각한 곳이잖아요. 아이가 어느 학원 어떤 레벨에 다니는지, 선행은 몇 년 했는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는 곳인 만큼 내 아이에 맞지 않는 교육에 뛰어들 가능성이 커요. 엄마가 줏대나 확고한 교육 신념 없이 ‘일단 들어가면 분위기 보고 공부하겠지’ 하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아이는 십중팔구 낙오해요. 아이를 바라보는 교육관을 세우고, 그에 적합한 도움을 받는다면 교육특구 밖 어느 곳에서나 원하는 결과를 얻으리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