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너머 숲이 있다고 믿고 있었다. 내가 사막 너머 숲을 보게 되는 날 나 자신과 질기게 싸워온 번뇌의 고리로 얽힌 여정도 끝나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을 들여다보자. 자신을 추스를만한 고독의 시간을 갖지 못하고 우리는 그것을 ‘소외’로 판단하며 스스로 타인의 삶에 자신을 끼워 맞추듯 살아가려 한다. 그렇다면 고독의 시간 안에서 진지하게 자기 자신만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나 자신과 오롯이 마주하게 될 때, 우리는 비로소 자기 인생을 제대로 성찰하게 된다고 폴란드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 1925~2017)은 말한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고독을 누리기란 무척 힘든 일이다. TV, 스마트폰, PC 속 가상현실들은 우리를 좀처럼 혼자 내버려 두지 않는다. 
클릭 한 번에 쉽게 친구를 사귈 수 있고, 쉽게 친구를 버릴 수도 있다. 화면만 켜면 외롭지 않은 느낌, 화면이 꺼지면 뭔가 불안해지는 마음. 그 안에서 자신은 얼마나 자유롭다고 생각하는가? 스스로 자신의 의지에 의해 사용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안에 자신의 일상 혹은 타인의 일상을 보이는 것에만 의존하고 믿으며 스스로의 잣대에 드리우고 바라보고 있지는 않은지…. 


적당한 선을 지키지 못하고 중독된 듯 무의식적으로 컴퓨터 앞에 앉거나 스마트폰을 꺼내는 것은 자신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소중한 ‘고독의 시간’을 쉽게 날려버리는 셈이다. 성장은 고독을 즐기고 이겨내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문득 스스럼없이 스위치를 켜는 나의 모습에서 잠시 손을 놓고 멍하니 바라보다 화면에 비추어지는 내 모습에 고독 속의 자유로움이란 보이지 않는다. 삶이란 손에 닿을 것 같지만 매번 제 자리 걸음을 하듯 느리게 올라야 하는 사구의 모습과 같다.
마음의 틈을 비집고 나온 외로움처럼, 그리고 실타래처럼 얽혀버린 인생의 억겁 속에 그리움의 잔여처럼 여운으로 새겨진 채울 수 없는 풍경들만 마음을 대신한다. 절묘하고 이질적인 바다와 사막이 충돌하는 풍경의 경계를 만난다. 삶이란 늘 외줄 타기와 같아서 위태롭게 하루하루 살아간다. 무사히 한 발 내디뎠다 싶다가도 다시 그 자리에서 또다시 한발의 선택을 강요받는다.


선택의 기로에서 외줄 타기 삶을 사는 우리네 인생의 선택처럼 끊임없이 밀어내는 바다와 묵묵히 받아내는 사막만 있을 뿐이다. 사막 너머 숲이 있다고 믿고 있었다. 내가 사막 너머 숲을 보게 되는 날 나 자신과 질기게 싸워온 번뇌의 고리로 얽힌 여정도 끝나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눈앞에 길은 존재하지 않으며 지나온 길 또한 모래바람에 흔적 없이 사라지듯 오로지 내가 서있는 곳이 시작이 되고 끝이 되기도 한다. 진리는 길이 없는 대지에 있다고 크리슈나무르티(Krishnamurti)는 말한다. 길을 선택함에 있어 아무런 판단도 내리지 않고 무아의 상태에서 거울을 보는 것처럼 내 안의 혼란된 마음을 바라보고 있는 그대로 이해했을 때에만 내 존재의 의미를 알 수 있으며 비로소 자유롭게 살 수 있다는 말을 한다.  
사막 너머 숲은 존재하지 않았고 오롯이 서있는 한 그루의 나무만 있을 뿐이었다. 마치 멈춰 서있는 나처럼 그저 정지된 순간의 시간만 존재한다. 그래도 사막 너머 숲이 있다고 믿고 싶은 건 아직 걸어야 할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