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대표적인 축제’ 가운데 하나인 ‘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은 부산 벡스코와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을 비롯해 전역에서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관광객까지 대거 유입되는 대단위 페스티벌이다. 지난 10월 1일부터 시작해 23일까지의 대장정을 마친 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의 개막식은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렸다.

by 이보원 photo by FOH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유난히 기습 폭우가 기승을 부렸다. 예고 없이 게릴라식으로 쏟아지는 비는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도 여지없이 강타했다. 개막식 당일 현장에 일찍 도착한 취재진을 가장 먼저 반긴 것은 물웅덩이. 아무리 배수시설이 잘 되어 있는 곳이라도 갑자기 쏟아지는 많은 양의 비를 순식간에 소화하는 것은 어려웠던 모양이다. 개막식 음향을 담당한 웨이오디오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니 역시 비가 얼마나 많이 왔는지 마치 ‘물청소’를 해 놓은 것처럼 경기장 바닥에서 객석에 이르기까지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취재진은 경기장 중앙에 설치된 360°개방형 무대를 한 바퀴 돌면서 장엄하게 셋업 된 모양에 감탄하며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지?’라는 질문을 머릿속으로 한껏 되 뇌였다.

 

 

 

 

 

최종 리허설이 한창인 경기장 중앙에 설치된 대형 무대는 알루미늄이 아닌 스틸 트러스로 만들어졌다. 그만큼 많은 하중을 견딜 수 있어야 했다는 뜻이다. 원형의 객석을 바라보는 각 4개의 면에는 플로어와 1층, 2층 그리고 3층에서 볼 수 있도록 포지션을 달리한 디스플레이가 구조물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부산에 와서야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큰 디스플레이를 본 것 같다. 그만큼 무게도 상당하기에 튼튼한 스틸 트러스를 사용한 것 같다. 순식간에 눈을 사로잡는 화려한 디스플레이의 좌우에 4면의 객석을 담당할 스피커들이 각각 설치되었다. 뭐 여기까지는 누구나 예상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언제나 그렇듯 디스플레이가 음향시스템 보다 중요한 포지션을 하고 있기에 스피커는 항상 눈에 잘 안 띄는 곳으로 자리하게 된다. 이유야 어떻든 가용할 수 있는 스피커의 수량이 뒷받침 된다면 4면의 객석을 커버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 만은 아니다. 그동안 메머드급 행사를 동시에 여러 개 소화해 왔던 저력이 있는 ‘웨이오디오’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이색적인 점은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종합 경기장의 특성상 객석은 좌우가 긴 타원형으로 자리하게 된다. 때문에 각 면에 설치된 스피커가 커버해야 하는 영역 역시 다르다. 따라서 객석의 형상에 따라 같은 제품 혹은 같은 브랜드의 다른 제품군으로도 충분히 커버할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미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관련 내용을 접한 독자들도 있겠지만 객석의 가로 2면은 NEXO STM 시리즈가 세로 2면은 ADAMSON ENERGIA 시리즈가 담당하도록 설계한 것. ‘왜?’ 라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지 않은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하나의 큰 공간에 서로 다른 두 개의 브랜드가 메인 스피커로 사용되는 것은 만나기 쉬운 광경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각 스피커 제조사별 고유의 특색이 있다는 것은 독자들도 잘 알고 있을 터. 때문에 렌탈 컴퍼니의 경우 추구하는 스피커 브랜드가 다른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기도 하다. 본론으로 돌아와 각 브랜드의 최상위 라인업이 한 장소에서 사용되는 것을 직접 목격한 이상 이윤철 팀장에게 자세한 설명을 부탁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회사 내부적으로 상당히 고민이 많았던 부분이었습니다. 워낙 바쁜 시기라 여러 현장이 한꺼번에 진행되고 있었지요. 비단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곳도 사정은 마찬가지였습니다. 대부분의 스케줄이 최소 한 달 전에 정리되기 때문에 개막식 행사를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많은 논의와 고민을 가졌습니다. 결론적으로 알파 미디어 그룹과 함께하게 되었지요. 알파 미디어 그룹의 부산 팀과 개막식 30일 전부터 유기적으로 소통했습니다. 각자의 스케줄이 있기에 서로 담당하는 부분을 정하고 따로따로 디자인을 진행했습니다. 어차피 서로 브랜드가 달랐기에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도 상이 했습니다. 서로 맡은 영역을 보다 효과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집중하면서 시간을 아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각각 도출된 최적 값을 토대로 EASE에 대입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이를 통해 각각의 데이터가 합쳐지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고 어떤 공간에 어떻게 문제가 발생하는지 보다 상세하게 알 수 있었지요. 이렇게 두 회사가 최적의 답을 찾은 것이 개막식 7일 전 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라고 설명하는 동안 이윤철 팀장 옆에는 알파미디어 그룹의 문현민 실장이 도착했다.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그는 말을 이었다. “아무리 소프트웨어를 통해 비슷한 값을 도출했다 하더라도 현장에서는 객석을 돌아다니며 체크를 하는 면밀함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보다 나은 사운드를 만들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두 회사의 색은 다르기에 똑같은 사운드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그래도 최대한 비슷한 사운드를 내는 것은 서로에게 주어진 숙제입니다.” 이렇게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문현민 실장은 그라운드를 포함해 객석을 돌며 사운드를 체크했고 현장에 나와 있는 김선중 실장과 기민하게 논의하며 최종 점검을 하고 있었다. 현장 여건에 따라 탄력적인 시간안배가 중요한 만큼 잠시 쉬는 시간동안 취재진은 다시 그라운드를 돌았다. 이유는 ‘사운드의 변화’를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답은 ‘역시’였다. 같은 장소에서 오랫동안 사운드 튜닝을 진행하다보면 누구나 ‘먹통현상’에 직면하게 된다. 때문에 잠시 휴식을 갖거나 팀이 있다면 긴밀히 협의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다. 취재진이 처음 도착했을 때도 이미 충분히 좋은 사운드를 내고 있었지만 문실장이 도착한 후 조금 더 깔끔해진 느낌이랄까.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보다 나은 사운드를 만들기 위해 자신의 생각을 양보할 줄 아는 겸손함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이렇게 두 회사의 최정상 제품은 서로 비슷한 사운드를 냄과 동시에 360°의 객석을 효과적으로 커버할 준비가 완료되었다.

 

 

 

 

 

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 개막식은 방송사와 함께 라이브로 진행되었다.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을 비롯해 주조와 부조 그리고 타 지역에 나가 있는 중계차 까지 환상호흡이 관건인 행사였다. 때문에 행사 며칠 전부터 치밀한 계획과 설치 그리고 점검이 수도 없이 이뤄졌을 것이다. 여기서 또 궁금증이 생겼다. 방송사야 KT와 함께 움직여 서울까지 광으로 전송될 테니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두 개의 각기 다른 시스템으로 분리된 상황은 어떻게 하나로 합쳐졌을까? DANTE일까? 장거리 전송에 유리한 또 다른 무엇일까? 이윤철 팀장은 “원래 기본 계획은 DANTE로 통합해 하나로 구성하려 했었습니다. 네트워크라는 것은 이렇게 광범위한 영역을 쉽게 통합할 수 있는 장점을 가졌으니까요. 각기 다른 회사의 제품이라도 하나로 통합할 수 있으니 실로 간편하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방송사에서는 보다 안정적인 것을 원했습니다. 네트워크가 안정적으로 구현되었다 하더라도 방송사의 입장에서는 불안요소를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었던 것이겠지요. 때문에 우리는 기본으로 돌아갔습니다. 그것만큼 확실한 것은 없으니까요. 사전에 조율된 만큼 아날로그 케이블을 모두 제정비하고 투입했습니다. 믹싱콘솔에서 매트릭스로 분리된 L, R신호를 각각의 메인스피커에 L, R로 공급하도록 결선했습니다. 물론 네트워크도 구축되었기에 NEXO와 ADAMSON의 앰프를 각각의 컴퓨터에서 원활하게 컨트롤 하도록 했습니다. 방송은 방송대로 안정성을 부여함과 동시에 음향 팀에서 필수로 챙겨야 하는 부분까지 두루두루 만족시킨 것이지요”라고 설명했다. 부산아시아드 주경기장은 33만여㎡의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4층의 구조로 연면적 92,707.22㎡의 매머드급 규모를 자랑한다. 때문에 관람석은 252석을 포함 총 5만 3천여 석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그라운드 좌석과 스탠딩 구역까지 합하면 이날 경기장을 찾은 인원은 족히 6만 명을 넘었을 것 같다. 이렇게 넓은 공간에 풀 레인지 사운드를 공급하는 것은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메인스피커가 영역을 나눠 담당했다. 물론 프론트 필도 있기에 정위감을 살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메인스피커 옆이나 뒤 혹은 바닥에서 기둥을 따라 쌓아 올렸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무대 전면에 일렬로 놓였다. 이윤철 팀장은 “사실 이것도 방송사와 사전에 조율된 부분입니다. 우리 입장에서 보다 나은 사운드를 공급하는 것은 임무와 같습니다. 그러나 생방송이라는 범주 내에서 움직여야 하는 만큼 제약조건들이 있습니다. 무대 디자인과 영상 그리고 조명과 메인 스피커의 디자인까지 모두 고려된 하나의 작품에서 서브우퍼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기왕이면 플라잉을 하고 싶었지만 보시다시피 스피커 외에도 많은 장비들이 리깅되었습니다. 안전이 최우선인 현장에서 모든 것을 다 얻기엔 제약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때문에 서브우퍼를 무대 앞에 일렬로 늘어놓았습니다. 물론 1열 수직 스텍으로 갈 수도 있었지만 방송인만큼 앵글을 신경을 써야 했기 때문에 내린 결론이었지요”라고 설명했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기도 하다. 사방이 뚫린 무대의 각 모서리에 덩그렇게 서있는 검은색 서브우퍼는 아무리 예쁘게 봐줄라 해도 그럴 수 없기에 충분하다. 이렇게 일렬로 바닥에 놓인 만큼 무지향 특성을 가진 스피커라 하더라도 일정 패턴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여러 가지 고민 끝에 보이지 않는 포지션에서 가능한 골고루 서브에너지가 공급되도록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방송과 함께하는 라이브는 이렇게 여러 가지 제약조건들이 따른다. 그럼에도 충분한 협의로 최적의 결과를 얻는 것이 엔지니어의 숙제이다.

 

 

 

 

 

중앙의 무대에서 길게 이어진 다리를 건너면 만나게 되는 작은 무대는 개막식에서 삶을 나누며 분위기를 북돋아줄 인사들이 자리하는 곳이다. 이날 사회를 맡은 탤런트 이다혜를 비롯해 국내 1호 메이저리거 박찬호와 서병수 부산광역시장, 스타일리스트 정윤기 등이 이 자리에서 개막식의 감초 역할을 소화했다. 그런데 그들을 위한 스피커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뿐만 아니라 중앙의 무대에도 각 모서리에 2개씩 놓인 NEXO PS 15-R2 8통 외에는 별다른 것이 없다. 수많은 출연진들은 어떻게 모니터를 하게 될까. “프론트 웨지를 놓는 것이 전반적으로 좋을 수 있으나 무대의 규모가 큰 만큼 시야 확보를 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때문에 프론트 웨지는 과감히 제거하고 각 모서리에 PS 15-R2를 배치했습니다. 신형인 만큼 음량과 음압이 PS 15 보다 향상되었고 사운드의 품질도 보다 나아졌습니다. 이렇게 각 모서리에서 무대 전체를 감싸듯 이미지만 주는 것으로 모니터 스피커의 역할은 끝났습니다. 이후 모든 모니터링은 인이어를 사용하게 됩니다”라고 모니터 스피커의 수량이 적은 이유를 이윤철 팀장은 설명했다. 그도 그럴 것이 100미터에 가까운 로드를 걸어오면서 등장하는 구성이 많을 뿐만 아니라 먼 거리를 오가는 데 있어 모든 지역을 모니터 스피커로 커버한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모든 출연진은 인이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모든 출연진이 어떠한 형태로든 무선마이크를 써야 한다. 그야말로 RF의 향연이 아닐 수 없다. 이윤철 팀장의 설명이다. “무선마이크와 인이어의 수량을 합하면 대략 80채널은 넘게 사용한 것 같습니다. 워낙 많은 출연진이 오르내리는 것도 있지만 동선이 길기 때문에 적재적소에서 원활하게 무선을 주고받아야 합니다. 때문에 RF크루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많은 수의 무선기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현장 셋업을 시작할 때부터 RF상황을 면밀히 분석하고 가장 안전한 주파수를 찾아 할당합니다. 공연이 시작되면 미리 정리된 순서대로 정확하게 지급하고 회수하는 것 또한 그들의 임무이지요”라며 그는 RF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넓은 무대와 긴 동선에서 사용되는 RF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단일지향성 안테나를 메인 무대의 각 모서리 기둥과 등장 무대에 설치, 원활한 RF특성을 생방송이 진행되는 동안 선사했다.

 

 

 

 

 

생방송 준비가 완료된 후 모든 스텝이 식사를 했다. 주최 측에서 마련한 식사이지만 여러 가지 반찬에 자율배식이라 누구든 양껏 먹을 수 있었다. 취재진도 함께 맛있는 식사를 했다. 정해진 시간이 되자 장내는 인파로 가득 찼고 이내 조용해졌다. 암전 속에 얼마나 흘렀을까. 경쾌한 인트로 음악과 함께 개막식이 열렸다. 물론 동시에 생방송도 시작되었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서울, 부산일대에 여러 중계 포인트에서 다원 생방송으로 진행된 만큼 중간 중간 VCR과 스튜디오 화면 등이 나오며 생방송만의 묘미를 관객들에게 한껏 선사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이다혜의 오프닝 멘트를 시작으로 DIA, 라붐, 걸스데이, B1A4, 블락비, 젝스키스, 아이오아이, 티아라, BAP, 린, 에이핑크, 인피니트, 소녀시대, MFBTY(타이거 JK, 윤미래, BIZZY) 등이 순서에 맞춰 등장했고 마지막 무대는 싸이가 올라와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