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의 창립자 마스다 무네아키는 저서 「지적자본론」에서 “서점은 서적을 판매하기 때문에 안 되는 것”이라는 다소 황당한 이야기를 꺼낸다. 그러나 그 말에 담긴 의미를 알고 나면 책과 서점, 그리고 사람의 관계가 새롭게 정립된다. 고객이 사고자 하는 건 ‘책’이라는 ‘물건’이 아니라 서적이 담고 있는 풍부한 내용과 가치다. 그리고 사람과 사람을 통해 새롭게 생명을 부여 받을 때, 책의 가치는 극대화 된다. 논현역에 위치한 ‘콜라보서점 북티크’는 사람들이 책과 가까워질 수 있도록 다양한 이벤트와 모임을 제공한다. 북티크는 책만 파는 서점이 아니라 사람들의 이야기가 숨 쉬는 공간이자, 책의 가치가 극대화되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콜라보서점 북티크’에 담겨있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박종원(박) 콜라보서점 북티크는 ‘독자와의 접점을 많이 만들자’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서점입니다. 어떻게 접점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다보니 카페의 기능도 하게 됐고 강연, 공연, 모임도 할 수 있는 복합적인 공간이 탄생했습니다.
이렇게 독특한 공간을 기획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네요.
박 처음부터 이런 복합적인 공간을 생각한 건 아닙니다. 공간이 생기다보니‘비독자를 끌어들여 독자로 만들어야겠다’라는 소셜 미션이 중심이 된 거죠. 사실 북티크가 신개념이라든가 독특한 공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교보문고 같은 대형서점에도 카페가 있고 강연을 하니까요. 다만, 차별성이 있다면 저희는 판매 중심이 아니라 출판사가 만든 콘텐츠를 가지고 다양한 사람들이 의견을 나눌 수 있는 독서모임을 중점으로 한다는 점입니다.
독서모임이 북티크의 중심 사업이라고 하셨는데, 독서모임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요?
권인걸(권) 독서모임에는 지정도서모임, 자유도서모임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지정도서모임은 말 그대로 저희가 선정한 책을 읽은 후, 정해진 날짜에 모여서 느낌을 나누는 모임이고 자유도서모임은 각자 읽은 책을 소개하고 써온 글에 대한 감상을 자유롭게 나누는 형태예요. 지정도서와 개별선택도서를 교차로 진행하는 모임도 있습니다. 앞으로 더 다양한 형태의 모임을 만들려고 기획중입니다. 박 다른 독서모임과 북티크 독서모임의 가장 차별화 된 점은 리더의 존재입니다. 리더가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사담으로 빠질 수 있고 모임 자체가 산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리더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그래서 리더를 육성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독서모임을 위한 책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시나요?
권 지정독서모임 같은 경우 세계문학, 사회과학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지만 시의성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현실과 맞닿아 있는 독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고전을 읽더라도 현실과 접점이 있는 책을 선택하려고 하죠. 비문학도 마찬가지고요. 가령,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으니까 선거 프레임에 관련 된 도서를 읽고 모인다던가, 「싸드」(김진명, 새움)라는 소설을 읽고 북한의 미사일 문제를 같이 이야기하는 형식입니다.
책을 어떤 목적으로 읽느냐에 따라 기준점이 달라질 것 같은데요, 대표님과 북디님이 생각하시는 균형 잡힌 독서란 무엇입니까?
박 다독도 필요하지만 한 권을 읽더라도 제대로 읽고 내 것으로 만드는 게 제일 중요한 독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독서모임도 많은 책을 읽었다고 더 잘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책의 내용이 가볍든 깊든, 한 권을 제대로 읽고 사람들과 다양한 생각을 나눌 때 균형 잡힌 독서를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어려운 책을 읽지 않아요. 50페이지까지 읽다가 안 읽히면 덮어버리기도 합니다.(웃음)
권 독서모임을 하지 않고 혼자서 책을 읽을 때 ‘균형 잡힌 독서’를 위해 문학, 사회, 철학 분야를 돌아가며 읽었습니다. 그런데 분야를 바꾸며 읽는다 해도 내 입맛에 맞는 책을 고르게 되더군요. 외적으로는 다양한 책을 읽는 걸로 보이지만 생각은 계속 한쪽으로 치우치는 거죠. 결국, 한 권의 책을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경험을 하는 게 균형 잡힌 독서라고 생각합니다. 지정독서모임을 하는 이유도 나와 비슷한 의견, 반대 의견, 같은데 조금 다른 의견 등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진행하시는 사업이 공익적인 가치를 담고 있는데, 북티크를 운영하시면서 어떨 때 가장 만족하시나요?
박 이번에 새로 독서모임 참가자를 모집했어요. 지난 기수보다 빨리 모집됐다고 들었을 때, ‘독서모임을 만들면 사람들은 계속 모이겠구나, 모임을 계속 만드는 일이 필요하구나’하고 느꼈어요. 다른 서점도 책을 팔고, 커피도 팔고, 강연과 공연도 다 하지만 북티크에서는 사람을 모아서 모임을 만들고 그 사람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거든요. 그게 가장 보람되죠. 앞으로 좋은 모임을 더 많이 만들려고 합니다.
권 모임에 참여했던 패널에게 고맙다는 연락을 받은 적이 있어요. 기본적으로 책을 잘 읽기 위해, 독서 습관 형성을 위해 오시는 분들이 많지만 이런 모임에 참여하는 자체가 큰 일탈이 되는 분들이 있거든요. 그런 분이 이런 책을 만나게 해줘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해줘서 고맙다고 연락을 주셨는데 그때, 내가 하는 일이 많은 사람을 만나고 큰 변화를 일으키는 건 아니지만 작게나마 도움이 되고 있다고 느꼈죠. 일상을 살아가는데 2시간 같이 보내는 게 그래도 도움이 되는구나 싶어서 동기부여가 됐습니다.
책을 읽기 어려운 시대입니다. 이 시대의 청년들, 비독자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박 저는 독서 모임 리더를 하지 않습니다. 제 스스로 책과 친해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이게 바로 비독자의 시선이라고 느끼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더 쉽고 재밌는 방법으로 사람들을 독서의 세계로 인도할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영화를 먼저 보고, 책과 관련된 주제의 대화를 먼저 나누고, 파티를 열고, 짝짓기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등 비독자를 끌어오기 위한 시도를 많이 했습니다. 지금도 연구 중이고요. 결국, 문화융합이라고 볼 수 있는데 비독자에게 가장 중요한 게 경험이라고 봐요. 책을 읽고 세상을 더 넓게 볼 수 있는 시각을 얻게 되는 경험. 그런데 혼자서는 힘드니까 사람들과 함께 책을 읽고 나눌 수 있는 그런 경험을 늘려가는 게 중요합니다. 북티크 자체가 비독자와 독자가 어우러질 수 있는 공간이고요.
북티크가 계획하는 앞으로의 모습은 무엇인가요?
박 독서모임을 더 많이 확대시키고 싶고 모임에 필요한 리더를 양성하는 게 일차적인 목적입니다. 그러기 위해 분점 형태로 공간을 늘리려고 계획 중이에요. 최종적으로 책과 문화가 어우러지는 환경을 제공하려고 합니다. 캠페인만으로는 그런 문화를 만들기 어려우니까 책 읽는 사람들과 부딪히는 경험,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박 누구나, 아무때나 북티크에 와서 북토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요. 지금은 정해진 시간을 맞춰서 와야 모임이 가능하지만, 18세기 프랑스 살롱문화처럼 토론과 공연, 문학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습니다.
[출처] 땡스북(Thanks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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